애플이 사용자의 동의도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에 대해 뒤늦은 해명을 내놨다. 아이폰에서 애플 본사로 전송된 것은 와이파이망과 기지국 정보를 기본으로 한 익명의 위치정보이고,이는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됐을 뿐이라는 얘기다.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라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장된 위치정보가 무려 1년치에 달했다는 것이 그렇고,위치정보 기능을 끈 경우에도 정보가 지속적으로 전송됐다는 것도 그렇다. 애플은 이번 소동을 '버그(bug)' 탓으로 돌렸지만 실로 군색하기 짝이 없다.

애플이 하필이면 버그라는 것이 그런 미묘하고도 중요한 부분에서 발생했는지부터 의아하다. 더구나 위치정보 옵션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은 더욱 납득이 안 간다. 이 역시도 버그 탓인가. 애플은 익명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지만 솔직히 우리는 이것조차 믿을 수 없다. 개인정보와 결합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지금 애플의 행태로 보면 그런 문제가 터지더라도 또 버그 탓으로 돌릴 게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이 조사에 들어간다고 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나서는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의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지금의 통신시장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앞세워 주도하고 있고,가입자를 지렛대로 다른 쪽에서 수익을 얻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속출하고 있다. 위치정보도 예외가 아닌 것은 그런 정보를 노린 앱들이 이미 스마트폰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방통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용자들의 의문과 불안감을 씻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조사결과에 따라 합당한 징벌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