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이 중국 다롄 조선소에 갖는 애정은 남다르다. 2006년 11월 550만㎡ 부지에 초대형 조선소를 지을 땐 '무모한 확장'이란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실제로 그룹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작년까지 투자한 돈만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강 회장은 매년 적자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다롄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로 만들어나갔다.

그룹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강 회장은 창립 기념 행사 장소로 다롄 조선소를 선택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10년 만에 재계 12위로 뛰어오른 압축 성장의 역사를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행사 하루 전인 28일엔 임직원들을 대동하고 다롄으로 출국,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강 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중국 한국에서 1000여명의 외부 인사들을 초청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손님들을 위해 전세기까지 띄울 예정이다.

업계에선 다롄 조선소를 '강덕수의 승부수'라고 평가한다. 진해 조선소를 보완할 제2의 조선소가 필요하다는 절박감 때문에 밖으로 나간 것이긴 했지만, 중국의 한복판에서 선박을 만들겠다는 결심은 당시 국내 조선업계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가장 중요한 조선업의 특성상 중국의 신참 근로자로 품질 높은 선박을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강 회장은 중국 투자를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선업과 풍력 발전은 연관성이 높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그린 에너지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다롄이 최적지다. " 다롄의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하면서 강 회장의 머릿속엔 또 다른 전략이 있었던 셈이다.

STX그룹은 2001년 5월2일 출범했으며,지난해 매출 26조4559억원,자산 32조3626억원의 재계 12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