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법 재개정 등을 위해 공통투쟁에 나서기로 한 양대노총을 '대기업노조를 위한 노동권력'으로 규정,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정책포럼에 참석,'공정사회의 고용노동정책'을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에서 "양대노총이 5월1일(노동절) 명분도 없는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정치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 노동권력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양대노총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발끈하고 나서 향후 노-정 관계가 주목된다.

박 장관은 "노동절에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은 대기업과 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권력자들일 것"이라며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90%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며,투쟁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업 등 상대적으로 좋은 근로조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양대노총은 성실하고 선량한 근로자들이 목말라하는 근로조건 개선과는 동떨어진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 · 영세 · 하청기업의 근로자나 비정규직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중소기업 근로자 및 비정규직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노사관계가 자칫 노동권력의 발호 때문에 훼손되지 않도록 고용노동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올해 춘투는 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집단적 행동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나 근로자의 의식이 많이 선진화돼 차분한 대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대노총을 겨냥한 박 장관의 강경발언에 대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계의 요구는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것인데 노동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정치투쟁' 운운하면서 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정부가 이런식으로 노동계를 계속 몰아붙인다면 총력투쟁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는 정치인을 가려 뽑고 일터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일은 노조 총연합단체의 당연한 책무"라며 "이를 정치투쟁이라고 매도한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5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현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비난하며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을 때도 박 장관은 이를 '정치투쟁'으로 표현하며,일부 노조 간부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철 지난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