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비롯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비록 장중이긴 하지만 최근 증시를 이끌고 있는 자동차 관련주의 시장 내 위상이 그만큼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놓고 대한민국 산업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나는 자동차,걷는 반도체 · IT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시총 2위),현대모비스(시총 5위),기아차(시총 7위) 등 현대차 3인방은 장 중반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127조2500억여원으로 삼성전자를 근소한 차로 추월했다.

장 막판 차익매물이 흘러나온 탓에 현대차 3인방은 소폭 조정으로,삼성전자는 반등하면서 대한민국 양대산업인 반도체 ·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역전극은 성사되지 않았다.

현대차 3인방은 올 들어 '씽씽'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1분기 실적으로 시장 주도주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 막판 0.90%(8000원) 반등하는데 성공해 89만7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32조1278억원으로 늘었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2%다. 반면 장 초반까지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기세를 올리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1000원씩 하락,24만5000원과 38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기아차는 이날도 2.36%(1900원) 상승,8만2400원으로 또 다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자동차를 대표하는 현대차 3인방과 반도체 · IT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의 시가총액 비중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3인방의 시가총액은 124조원대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한 자리 숫자(8조원)로 좁혔다. 2009년 12월 말까지만해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18조원으로,현대차 3인방(51조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앞섰다. 둘 간 시가총액 격차는 지난 1월 말 58조원에서 2월 말 48조원,3월 말 33조원,이날 현재 8조원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추가상승 낙관…"역전은 시간문제"

이달 들어 현대차 3인방이 연일 질주를 계속하면서 일부에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3인방의 글로벌 공장이 100%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본 대지진의 반사효과로 장기적으로 글로벌 판매단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주가의 추가 상승 쪽에 무게를 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훨씬 많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8일 현대자동차의 실적발표가 향후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현대차 1분기 순이익에 대한 기대치는 1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주가는 조정을 겪거나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산업의 지형 변화 및 무게중심 이동 등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휴대폰을 총괄하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관련 3사와 시가총액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한국의 주력산업이 반도체와 IT에서 자동차 및 관련 업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얘기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