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경쟁력은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 삼성증권은 단순한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춰 나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새로운 이익 창출 영역은 자산관리 부문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고액 자산가를 확보한 삼성증권은 두터운 고객층을 바탕으로 자산관리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고액 자산가 고객이 '1등 자산'

삼성증권에 1억원 이상을 맡긴 고액 자산가는 3월 말 현재 8만2000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22% 늘어난 것으로,증권업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폭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의 고액 자산가 수가 아직 4만~5만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이라고 할 만하다.

삼성증권이 타사보다 훨씬 많은 고액 자산가를 확보한 것은 2004년 이후 자산관리 경쟁력을 키워온 데 따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주식 중개업무 강화에 집중했지만,삼성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을 성장시킨다는 목표 아래 PB(프라이빗 뱅커) 역량 강화에 나섰다.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에 맞춘 직원 교육과 영업망 확대 등의 투자를 6년 이상 지속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삼성증권과의 격차를 쉽사리 좁히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랩어카운트 돌풍의 선두에 삼성증권이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고객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부동산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있었고,삼성증권은 때마침 그 같은 수요에 맞는 투자처로 랩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이 밖에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펀드,헤지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일반 주식 중개보다 큰 수익을 증권사에 안겨준다는 점에서 삼성증권의 수익 증가폭은 더욱 가파를 수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 헤지펀드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시장이 활성화되면 고액 자산가를 제일 많이 보유한 삼성증권이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문형 랩에 대한 규제는 파급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랩 규제에 따라 증권사들이 선취수수료를 못받을 수 있지만,운용 성과에 따라 보수를 탄력적으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랩상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랩 판매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ELS 및 헤지펀드 등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감소분을 상쇄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6140억원이던 ELS 발행 금액은 4분기에는 이보다 48.9% 늘어난 9140억원을 나타냈다. 재간접 헤지펀드 판매액은 500억원은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향후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중개 수익성도 개선

전통적인 사업영역인 브로커리지 분야의 수익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역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영업 역량 강화에 따른 결과다. 작년 중반 6% 초반에 머물렀던 삼성증권의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은 6% 중반으로 높아졌다. 증권업계 5~6위 수준에서 2~3위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 같은 브로커리지 사업 확대는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수료 인하 경쟁에서도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신증권이 지난 2월부터 온라인 주식매매 수수료를 0.011%까지 내리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지만,삼성증권은 PB 경쟁력 육성과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고액 자산가가 주요 고객을 이루고 있는 덕분이다.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고객 이탈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 과정에서 설립한 홍콩법인의 수익성 악화는 우려스러운 부문이지만,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인원 확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수익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빠르면 연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에서 질 좋은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는 데다 리서치 능력을 발판으로 주식 중개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도 점차 늘고 있다.

삼성증권의 올해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48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자산관리의 명가로 거듭나면서 고액 자산가를 기반으로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성이 유지되고,자산관리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원 jwwon@taur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