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는 은행계 및 전업계 카드사 등 11개 회원사를 통해 4240만장의 카드를 발급한 국내 최대 결제시스템 네트워킹 업체다. 또 308만개의 가맹점에 지불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번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보다 더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5일 점심시간대에 벌어진 결제 불능 사고는 다행히도 40여분간에 그치고 곧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이날 사고 이유에 대해 비씨카드 측은 "점심식사 후 결제가 집중되면서 승인 건수가 급증해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카드결제 시스템의 특징인 '타임아웃' 때문에 일정 시간 이상 결제가 지연되면 결제 자체가 자동 취소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파악 중이지만 100만건 중 대략 1만건이 지연 거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점심시간 수요 증가로 결제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일 점심 때 카드 결제가 몰려 장애가 일어날 정도라면 카드 승인이 많은 연말연시엔 어떻게 제대로 결제가 이뤄지겠느냐"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일부 장애가 있었던 게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부하가 걸렸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며 "카드사 또는 결제중개업체(VAN)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매일매일의 결제 수요를 예측해서 대응하는 만큼 평일 점심 수요 정도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씨카드 측의 억지주장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사고 발생 직후 조사를 벌인 결과 데이터베이스(DB) 정비 작업 도중 벌어진 사고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씨카드가 이날 점심 시간을 이용해 DB 작업을 하다가 밀려드는 점심 시간 결제 수요를 처리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결제 승인이 지연되자 더욱 몰리면서 일시적인 '잼'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0분가량 (결제 승인이) 지연됐지만 이후 정상적으로 복구됐다"며 "감독지침이나 업무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일규/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