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소위 '메탈론'을 통해 국내 제조업체에 백금을 공급한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은행법과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메탈론은 국내에는 생소한 거래로 금융회사가 기업들이 필요한 금속 원자재를 구해 직접 해당 기업에 공급해주고 수익의 일부를 나누어 갖거나 중개수수료를 받는 신종 사업이다. 문제는 외국 은행들은 이런 종류의 원자재 거래를 제한 없이 할 수 있지만 국내 관련 규정은 이를 불허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은행법과 동 시행령,은행업 감독규정은 은행 부수업무를 열거하고 있는데 원자재는 금에 한해서만 매매 대행과 대여 등을 허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규정이 백금을 열거하지 않은 만큼 SC제일은행의 거래는 명백한 위법이며 따라서 SC제일은행과 관련 임직원에 징계를 내릴 방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금감원이 이번 거래를 규정 위반으로 보고 있는 것 자체는 시비 삼을 생각은 없다. 문자 그대로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거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은행영업 관련 규정이 과연 얼마나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금융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심각하게 낙후돼 있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자본시장법을 만들어 금융산업의 칸막이를 헐고 금융상품 규제를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꾼 것도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이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금융산업 규제 완화를 다시 본격화하고 글로벌 IB(투자은행)를 키우겠다고 공언한 것도 불과 한 달 전이다.

금감원의 메탈론 제재는 이런 방침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소위 숨어있는, 방석 밑에 깔고 있던 규제다. 은행업이 다른 금융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건전성이 요구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원자재 거래를 유독 한국만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더욱이 법이나 시행령도 아닌 감독규정에서 은행 부수업무를 여전히 열거주의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다. 은행 영업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상태로는 한국에서 창의적 은행경영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