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금융회사의 돈벌이 욕심에 금융감독원이 너무 온정적이었다. 무리하는 징후가 포착되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 "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취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의 종결자'를 자청하며 금융회사들의 과당 경쟁과 해외진출을 '돈벌이 욕심'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 금융시장이 선진 금융으로 가지 못하게 금융당국이 꽉 묶어뒀기 때문에 좁은 국내 시장에서 파이를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려 할 때마다 리스크 관리나 형평성을 이유로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 국내 금융사들의 불만이다.

'메탈론'으로 대표되는 프로덕트파이낸싱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융회사들의 주장이다. 외화 부문과 파생상품 투자 부문 등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촘촘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환율 변동의 위험성에 금융회사들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쌓아두도록 규제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외화대출을 하려면 반드시 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외화를 빌려와야 하는 식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외환시장에서 KB금융이 돈을 빌리는 쪽이 아니라 빌려주는 쪽이 돼야 세계적인 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며 "10억달러 정도의 외화를 시장에서 매입해 대출해주는 영업을 하고 싶어도 (환헤지 등으로) 반대 포지션을 반드시 취해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넘치는 원화로 달러표시 자산을 매입해 영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 금융회사 인수 · 합병(M&A)도 금융당국과 번번이 충돌하는 부분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초국적지수(TNI · 은행의 국제화 지수)는 4.11%에 불과하다. UBS 76.5%,도이치뱅크 75.2%,씨티 43.7% 등과는 비교할 수 없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아시아권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당국은 이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불신하는 발언을 수시로 쏟아내고 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들여다 보고 과당경쟁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금융당국 관계자)"는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