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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中企적합업종 지정의 치명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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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인위적 분할은 시대착오…기술발전 제약 등 부작용 더 커
    버나드 쇼는 극작가 이전에 해학적인 독설가다. "우리가 결혼하면 당신의 지성과 내 미모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이사도라 던컨의 편지에 "추남인 내 얼굴과 당신의 텅 빈 머리를 가진 아이가 생길지 모르지요"라고 응수한 사람이다. 그의 묘비에는 잘 알려진 대로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새겨져 있다.

    외모와 지성의 조합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버나드 쇼의 익살은 경제학으로 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가설이다. '우물쭈물'로 시작하는 그의 묘비명은 해학은 아닐 것이다. 성공한 극작가에게 '우물쭈물할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싶지만 짐작되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그는 사회주의에 경도,'페이비언' 협회에서 활동하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그의 실제 사고는 우파적이었다. 우파적 사고와 좌파적 행동의 불편한 동거에서 오는 번민이 '우물쭈물'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

    지난 22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적합업종 지정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초기 작품인 '초과이익공유제'가 기대한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중기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진입장벽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시장을 인위적으로 분할해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 역행적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적합업종'에 여러 정교한 장치를 두겠다지만,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틀을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유'를 '적합'으로 완화한 것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은 '공정사회'의 정치적 파생상품일 수 있다. 그 기저에는 다수를 이루는 중소기업의 이해를 반영하려는 '인기영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대미답(前代未踏)의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는 존재하기 어렵다. 정책이 '편의'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인 이유이다. 적합업종 지정은 "원칙을 버리고 우물쭈물 좌고우면하다 중소기업 경쟁력도 강화시키지 못하고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힐난을 들을 소지가 다분하다.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논리적으로 자가당착이다. 중기 적합업종이 진정 존재한다면 정부개입은 필요 없다.

    업종 특성상 중소기업이 맡는 경우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면 '시장의 힘'에 의해 대기업이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위원회의 주장은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중소기업이 퇴출될 수는 없다. 최적자(fittest)가 도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퇴출됐다면,중소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에 종사했거나 업종은 적합했지만 기업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제3자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 결국 '중기 적합업종'은 작위적인 개념이다.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중기 제품의 품질이 떨어질 경우 국내기업들은 글로벌 소싱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기업의 수입을 규제할 수는 없다. 규제한다면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야기해 무역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관련업계와 이익단체의 로비를 부르게 된다. 적합업종 기준요건을 맞추기 위해 기업조직을 기형적으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혁신 노력보다 지대추구 활동에 진력할 개연성이 높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 역차별문제 야기,관련 제품의 수입 유발,기술발전 제약 등의 부작용과 폐해를 초래할 것이다. 작위적 동반성장은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인간의 이성으로 시장을 대체할 수 있었다면,사회주의가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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