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농원은 오리숯불구이 전문점이다. 1999년 7월 전남 순천시 덕월동에 문을 열었다. 통나무로 만든 음식점 건물 전체를 꽃과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깊은 산속에 홀로 서 있는 산장을 연상케 하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순천 도심에서 5분 거리인 곳에 이런 친환경 음식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김윤수 미주농원 대표(사진)는 자신의 소유인 4950㎡(약 1500평) 부지에 통나무로 만든 식당건물을 짓고,주위에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빽빽이 심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친환경 음식점을 지향했기 때문에 조경을 하면서 주변의 나무와 돌들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넓직한 주차장에 차를 대면 맨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건 돌하르방.제주도에 있음직한 하르방을 식당 초입에 갖다놓았다. 이것 뿐만 아니다. 항아리 500여개와 맷돌,절구통,연자방아 등 민속품을 건물 울타리,계단,주차장 곳곳에 깔아 놓았다. 덕분에 손님들은 음식 맛을 보기도 전에 미주농원의 독특한 정취에 반한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접객 공간도 친환경 건물이다. 바닥과 벽,계단 등 건축자재가 온통 나무다. 문에 들어서면 높다란 천장이 인상적이다. 숨가쁘게 식사를 마쳐야 하는 도시민을 한층 여유롭게 해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

주력 메뉴인 오리 생고기와 훈제,수육 등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얼리지 않은 싱싱한 오리고기는 '다향오리'에서 나온다. 다향오리는 전북 남원의 오리농장에서 녹차잎을 먹여 키워 육질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리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 소금에 찍어먹으면 쫀득쫀득한 맛이 그만이다.

미주농원에서 사용하는 숯은 여느 고깃집에서 쓰는 것과 차이가 있다. 숯을 한번 구워 불순물을 빼낸 뒤 한번 더 굽는다. 정제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숯의 향이 오리고기에 배어 나온다. 원료육과 숯의 차별화가 깊이 있는 맛을 내는 원천이다. 미리 살짝 익혀 나오는 훈제는 좀 더 부드러운 맛을 낸다. 오리고기와 함께 먹는 부추절임,식초로 숙성시킨 무는 고기의 느끼함을 없애준다. 생오리는 마리당 3만4000원,훈제오리는 크기별로 3만5000~4만5000원이다. 5000원짜리 오리탕은 오리뼈를 하루 종일 고은 국물에 한약재를 넣은 웰빙식이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갖가지 반찬도 특이하다. 부추절임,배추김치,갓김치,깻잎 등은 인근 야산에서 기른 친환경 야채를 기본 재료로 김 사장의 부인 박은영 씨의 손맛이 더해져 '남도 음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김 대표는 "여기서 내놓는 배추김치는 품질이 좋은 해남산 배추 3000포기를 절여 순천만에서 나는 생새우와 멸치젓갈을 버무려 저온 냉장했기 때문에 바다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배추김치와 나란히 식탁을 차지하는 갓김치도 전국 최대 산지인 여수 돌산읍에서 나는 갓김치를 원료로 썼다. 깻잎은 독특한 양념으로 장조림해 새콤 쌉싸름하다. 후식으로 먹는 고구마 맛도 남다르다. (061)744-5292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