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억5000만달러(1조1397억원) 규모의 발전 · 담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해외 EPC(설계 · 조달 · 시공을 포함한 일괄공사계약) 플랜트 분야에서 후발 주자로 평가받던 한화건설이 '메이저'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서 '대박'

한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라픽사가 발주한 '얀부Ⅱ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20일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건설사와 벰코(사우디) 등 해외업체들을 제치고 따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과 사우드 빈 압둘라 마라픽사 회장,테이머 알 샤르한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의 포시즌호텔에서 계약식도 가졌다.

이번에 수주한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산업단지인 얀부 지역에 총 출력 230㎿급 스팀 터빈 발전기 3기와 890t급 보일러 3기 등의 발전 설비와 하루 6만t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하는 공사다.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조달과 시공을 모두 한화건설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공사기간은 36개월로 2014년 완공 예정이다.

발주처인 마라픽사는 사우디 최대 산업단지인 주베일과 얀부의 전력 및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사우디 발전과 담수 총 생산량 중 25%를 책임지고 있다. 한화건설은 2009년 마라픽사가 발주한 7억5000만달러(8141억원) 규모의 마라픽 '얀부Ⅰ 발전 플랜트'를 수주했으며,현재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짧은 공기에도 불구하고 차질없는 공사수행 능력을 보여준 게 수주 성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치열해지는 담수플랜트 시장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플랜트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만만 해도 올해부터 5년간 70억달러 규모의 발전 · 담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급속한 산업화로 생활 · 공장 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KOTRA 리야드KBC 관계자는 "유일한 대안이 담수 프로젝트"라며 "사우디는 담수 용량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담수 플랜트는 대부분 전력생산을 병행해 추진되는데 한화건설이 수주한 것도 이 같은 시설이다. 국내외 토목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이드로 카본'이라고 불리는 석유화학,정유,오일&가스 생산시설과 함께 대표적인 고수익 플랜드 산업이 바로 담수 플랜트 분야다.

'블루 골드'라고 불리는 물 산업은 2015년 전체 시장 규모가 5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유망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서 약 절반가량이 플랜트 건설(나머지 절반은 운영과 관련된 것으로 자국 기업들이 독점한다)로 국내외 건설 ·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담수 플랜트 시장에서 일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플레이어들이 늘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두산중공업으로부터 스팀 터빈 발전기,보일러 설비 등을 구매하고,담수설비는 엔트로피(프랑스) 등 몇개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의 물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경쟁력이 강해진 셈이지만 그동안 무대를 독차지하고 있던 두산중공업으로선 치열한 경쟁 상황을 맞게 됐다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은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기업으로 담수 플랜트 EPC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SWRO 방식으로 불리는 역삼투압 방식의 최신 담수플랜트 시장에선 베올리아 WS&T,피지아에 이어 업계 3위다. 국내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한화그룹은 이 프로젝트 수주와 관련,미래 수익을 해외에서 찾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그룹 내 태양광 연구소 한화솔라아메리카와 지난해 투자한 1366테크놀로지 등을 방문,투자 확대 등을 논의한 뒤 지난주 귀국했다.

김진수/박동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