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중소형 빌딩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연면적 2만6400㎡(8000평) 이상 대형 빌딩만 인수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으로 제한해 왔다.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데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중장기 운용계획에 따라 2015년까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비중을 10%(작년 말 기준 5.8%)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금액으로 따져도 현재 18조8000억원에서 48조8000억원으로 30조원가량 증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빌딩 임대수익률 최대 8%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런던의 HSBC 타워,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 등 전 세계 랜드마크 빌딩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가격 상승으로 수익률을 맞추기가 그만큼 힘들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프라임 오피스빌딩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연 4%대에 머물고 있다"며 "반면 중소형 빌딩은 연 6~8%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연 4.41%로 연 7%대인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낮다.

국민연금은 100억~200억원대의 중소형 빌딩을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방식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100억원 이하 빌딩은 운용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매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할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내달 중 구체적인 자격 요건 및 투자 가이드라인 등을 담아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운용사도 자기자본 투자해야

국민연금은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운용사가 자기자본으로 떠안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떨어지거나 운용 능력이 부실한 회사들을 원천적으로 솎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마구잡이식 빌딩 투자에 나서는 행위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투자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정 기준 이상 수익률이 나오면 성과보수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