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내려 2120선으로 물러났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단기 급등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재정 불안 우려가 더해지며 외국인 매도를 부추겼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한국 증시를 밝게 보고 있다.


◆외국인 6일 새 1조원 팔아

19일 코스피지수는 밤사이 미국과 유럽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는 소식에 하락 출발한 뒤 한때 2111.60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낙폭을 다소 줄이기는 했지만 전날보다 15.04포인트(0.70%) 내린 2122.68로 마감,사흘 연속 뒷걸음질쳤다.

S&P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는 소식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1.21%) 대만(-0.87%) 중국(-1.22%)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하락세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54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2일 이후 6일 연속 순매도로 하루 평균 900억원가량을 팔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날까지 6일간 팔아치운 주식은 9833억원에 달한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주식영업부 전무는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크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추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던 상황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져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코스피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컸던 터라 당분간 새로운 호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심리가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흥증시 대비 한국 매력 낮아져

다른 이머징(신흥국) 증시와 비교할 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단기적으로 낮아졌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이머징 주가 상승률이 최근 한 달여간 선진국을 웃돌면서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펀드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가 한동안 뜸해질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의 PER은 10.2배로 2005년 이후 평균치(10.1배)를 약간 웃돌고 있다. PER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평균에 못 미치는 9.5배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 들어 주가는 빠르게 오른 반면 1분기 어닝시즌에 접어들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져 PER이 크게 높아졌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중국 등은 여전히 PER이 과거 평균치를 밑돌고 있어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과거 조정으로 이어졌던 1.4배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주식 지금 사야"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하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한국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한국 주식을 사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는 2분기"라고 진단했다.

김지성 한국담당 리서치헤드는 "코스피지수가 기업들의 탄탄한 이익 모멘텀을 배경으로 3분기 중 2230까지 오를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금은 한국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