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을 맞은 월드옥타(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가 19~22일까지 나흘간 경남 창원에서 세계지도자대회를 열고 국내 250여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수출상담회를 연다. 61개국에 113개 지부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도우미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고국을 찾은 두 명의 월드옥타 회원을 만났다. 맨손으로 해외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인공들이다.

◆동남아에 한국 자동차부품 수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PG인베스트먼트홀딩스의 박기출 회장(55)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동남아에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을 일궈낸 주인공이다. 1993년 '몇 개월 출장간다는 생각으로 다녀와라'는 상사의 지시로 대기업의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자동차 부품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동남아에 자동차 시트용 스프링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이 계기였다. 박 회장은 곧장 귀국해 시화공단 남동공단 등을 돌며 스프링 제조사를 찾아다녔다. 한국 파트너사의 기술이전 약속만으로 말레이시아 최대 자동차 조립업체인 나자그룹으로부터 자동차 시트 공급 계약을 따냈다. 기계 구입과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막막했지만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인 메이뱅크를 찾아가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자금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시트 제조 공장을 운영하며 10년 만에 매출액 1200억원의 회사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한국 파트너사의 권유로 러시아에도 동반 진출했다. 박 회장은 "고국의 기술력을 밑천으로 해외에서 사업을 일군 만큼 앞으로도 한국과의 상생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호주에 영상제작 기술 전파

김성학 사장(49)이 운영하는 베이스캠프 프로덕션은 호주 정부도 인정해주는 TV광고 및 영상물 제작업체로 성장했다. 호주 교민으로는 처음으로 2005년 호주 정부로부터 '수출진흥상'을 받았다.

김 사장은 1992년 호주 브리즈번에 정착해 호주 정부의 대형 수로공사를 수주하는 등 건설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현금 유동성에 제동이 걸리면서 3년 만에 회사를 접었다. 무일푼 신세로 멜버른으로 옮겨간 김 사장은 MBC 공채 탤런트 경력을 밑천으로 광고 · 영상물 회사를 차렸다.

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는 200페이지짜리 책자였다. 김 사장이 직접 호주의 지리적 특성,계절 등을 감안한 영상물 촬영 가이드 팁을 담은 책을 낸 것.이 덕분에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광고와 홍보 영상물 촬영 의뢰가 밀려들었다. 김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해 LED 조명을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앞선 정보기술(IT)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LED 조명 제품을 호주는 물론 유럽 미국 일본 등지로도 수출하고 있다"며 "호주 정부가 내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사업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