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온세텔레콤이 주주들에게 자사 신주를 '헐값'에 내놨다. 대규모 자금 수혈을 위한 방안이다. 회사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의 진행 방향에 따라 증자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온세텔레콤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82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 2월 1000억원 이상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두 달 만에 나온 세부 계획이다.

이번 증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발행가다. 회사는 발행가를 5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나 제 3자배정 방식은 일정 기간의 평균주가를 구한뒤 이를 다소 할인해 발행가를 정한다. 그러나 주주배정은 이런 절차 없이 회사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발행 예정인 신주 1억6400만주의 발행가 500원은 현 주가보다 높아 일견 투자매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온세텔레콤은 이날 오후 1시 4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63원(14.16%) 내린 382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감자를 진행중인 것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세텔레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거의 완료했다. 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감자안이 승인됐고, 내달 중순 감자 완료된 새 주식이 발행된다.

이론상 현 주가 수준에서 액면가 500원짜리 3주가 1주로 병합하면 주가는 1200원(현 주가 400원으로 가정) 내외가 된다. 500원에 받은 신주를 1200원에 팔면 두 배 넘게 수익이 난다는 얘기다.

물론 감자와 증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리란 보장은 없다. 당장 이날도 대규모 유상증자가 결정되자 가격제한폭 인근까지 주가가 밀리고 있다. 더구나 회사는 증자가 완료된 이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또 한 차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주가의 하락 압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액면가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400원짜리 주식이 반토막 나서 200원이 된다 해도 감자 후에는 600원이 되므로 발행가보다 여전히 높다. 여기에 회사가 야침차게 추진 중인 MVNO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경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이번 증자를 주관하는 증권사들도 만약 실권이 날 경우 일정 한도 이내에서 실권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 한화증권과 한양증권은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을, 교보·하이·솔로몬 등은 합쳐서 100억원 어치의 실권주를 책임지기로 했다.

온세텔레콤 관계자는 "대주주인 세종텔레콤과 큐캐피탈파트너스 인수분이 300억원 어치 이상이고, 우리사주조합도 20억원 어치의 신주를 받아간다"며 "회사 입장에선 소액주주나 일반 투자자에게 300억원 어치 이상만 신주를 팔아도 성공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