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비롯한 북유럽에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색체를 띤 포퓰리즘이 거세지고 있다.

ABC뉴스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 실시된 핀란드 총선에서 반이민,반외국인,반유럽통합 정당인 ‘진짜 핀란드인’은 2007년 총선(4.1%) 때보다 득표율을 무려 5배 가까이 높이며 제1당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정도로 성장했다.

핀란드 공영방송 YLE에 따르면 개표율 99.8%가 진행된 가운데 ‘진짜 핀란드인’은 요리키 카타이넨 재무장관이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연합당과 함께 19.8%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진짜 핀란드인’과 국민연합당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치열한 선두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진짜 핀란드인’의 티모 소이니 당수는 선거 결과에 대해 “역사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국민연합당,사민당,중도당 등 3개 주류 정당이 짝을 이뤄 집권하고 나머지 1개 정당이 야당을 하는 패턴이 유지됐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이런 구도가 깨진 것이다.마리 키비니에미 현 총리가 이끄는 중도당은 4위로 추락했다.

‘진짜 핀란드인’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에 대한 구제금융 등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정당이다.프랑스,오스트리아,영국 등 유럽 중심 국가들에서도 전세계적 경기침체 이후 국수주의 정서가 확산하면서 극우 색채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세를 키워왔지만 소수 계층에 대한 관용이 정착된 것으로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모범국들에서마저 극우 정당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로 간주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의회 진출 저지선인 4%를 넘는 5.7%의 득표율로 사상 처음 원내에 진입했다.2009년 9월 노르웨이 총선에서도 비슷한 성향의 진보당이 22.9% 기록했다.앞서 2007년 덴마크 총선에선 극우인민당(DPP)이 13.9% 득표했다.

이들 정당은 국수적인 민족주의와 이민자,무슬림,유대인에 대한 반대,유럽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감과 중도 주류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을 이용해 민족주의를 호소하고 이민자와 같은 소수계층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지지를 확산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2009년 EU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은 데다 지난해 6월 불법 자금 수수 의혹 속에 마티 반하넨 전 총리가 퇴진하면서 기존 주류 정당들에 대한 불만이 확산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