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7 재 · 보선의 최대격전지가 된 분당을 선거가 기존 수도권 선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선거 결과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7일 각종 여론조사들을 종합해 보면 분당을 선거는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전 수도권 선거라면 손학규 민주당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예측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다르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전 수도권 선거의 최대 복병이었던 '숨은표'보다는 '기권표'의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숨은표란 야당을 선호하면서도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통 수도권 선거에선 10%포인트의 숨은표가 있다는 게 통설이었다. 하지만 분당을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숨은표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야 선거전략가들은 한나라당 지지층의 '기권표'에 더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의식해 초반 '조용한 선거'에서 '보수의 운명을 건 선거'로 분당을 선거의 전략을 바꾸고 기권을 선택하는 기존 지지층의 이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선거의 명암을 갈랐던 기존 수도권 선거와 달리 이번 분당을 선거는 30~40대 '아줌마 파워'가 더 영향이 크다는 것도 특징이다. 분당을에 거주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상당수 강남이나 화성 삼성전자 등으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투표율이 낮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이 지역 30~40대 주부들은 최근 집값폭락과 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여권 정서'가 강해 이들이 투표장에 대거 나올 경우 선거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것도 섣불리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 어렵게 한다. 기존 선거에서는 유선전화를 이용한 ARS 방식을 주로 사용해 보수진영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었고 정치권에서는 농반진반으로 '한나라당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10%포인트는 빼야 진짜'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부터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무작위 전화걸기(RDD) 방식을 도입하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는 RDD 방식으로 분당을 여론조사를 한 결과 ARS 방식 때와는 다르게 초박빙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