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사상 최고가로 고공비행 중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매수해 주목받고 있다. 하루 평균 매수액이 2000억원을 웃돈다. 증시 주변자금이 부쩍 늘어난 데다 주식형펀드 환매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개미'들의 본격 귀환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고점에 대한 부담감이 커 아직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5일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차익 실현 매물에 밀리며 0.57포인트(0.03%) 하락한 2140.48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순매도하며 사흘 만에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직접 투자' 위한 대기자금만 77조원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고객예탁금은 17조1826억원(14일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15조원 초반대까지 줄었던 고객예탁금은 이달 들어 1조5971억원이나 늘었다.

주식 투자로 연결이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개인용 단기 금융상품 잔액도 1월 말 61조원을 고점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1조240억원 늘어 60조3655억원을 기록 중이다. 직접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대기자금이 77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 단기 금융상품인 요구불예금에서는 1조2273억원(12일 기준)이 빠져나가 대조를 이뤘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된다는 건 대기자금이 풍부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코스피지수가 2100선 아래로 밀려나자 13일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26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주식형펀드로 돈이 들어오기는 20일 만이다. 14일에는 다시 448억원이 순유출됐다.

◆"아직은 투자 시기 저울질 중"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92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1일 이후 닷새 연속 매수 우위로 이 기간 순매수만 1조2373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2000억원을 웃도는 만만찮은 매수 행진이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2조418억원 순매도에서 이달 9498억원 순매수로 호전된 투자심리가 뚜렷하다.

대규모 매수세의 상당 부분은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으로 들어가 기관화된 개인들의 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5일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2332억원) 호남석유(1404억원) 기아차(1210억원) 등 주가가 비싼 대형주들이다.

이달 들어 일부 자문형 랩에서 환매가 나타나고 있지만 주가 고점에서 포트폴리오 교체가 일어나며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대우 등 국내 주요 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지난달 말 8조232억원에서 14일 현재 7조9521억원으로 711억원 감소했다.

오소영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강남역지점장은 "자문형 랩을 환매한 뒤에도 현금을 들고 투자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가 상당수"라며 "건설사 부실 여파로 채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반면 부동산 매각자금을 주식에 신규 투자하려는 거액 자산가도 꽤 된다"고 전했다.

다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형복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여전히 주가 하락을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아 분산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종목이 부담스러운 일부 고객은 업종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1억~2억원씩 투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렇다 할 투자 대안이 없어 떠도는 자금은 결국 증시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100포인트 이상 추가 상승하면 자신감을 얻은 개인들의 본격적인 귀환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