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은 LG에 손, 삼성은 디자인만 '압도'

3차원(3D) TV 시장 선점을 위한 삼성전자LG전자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양사가 서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기술력은 원론적인 것으로 실제 사용자의 평가는 배제돼 있다는 게 문제다.

15일 리뷰 전문 사이트 이버즈(ebuzz.co.kr)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3D TV 실험조사 및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버즈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유홍식 중앙대학교 미디어공연영상대학 신문방송학부 교수팀에게 조사연구 설계 및 통계분석을 의뢰했다. 시연 제품은 55인치(삼성전자 UN55D8000YF/ LG전자 55LW5700)를 택했다.

브랜드나 디자인에 따른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3D TV와 안경은 제조사를 알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했다. 또 조명에 따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실내 조명을 단계적(완전히 끔→간접조명 켬)으로 조절했다.

이번 조사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의한 소비자의 만족도 및 구매의향'과 '공개 테스트에 의한 소비자의 만족도 및 구매의향' 2가지로 실시했다.

◇ 블라인드 테스트, 품질 만족도 LG 우세

소비자 만족도와 구매 의향을 조사한 결과 삼성 3D TV보다 LG제품이 선명도, 시야각, 입체감, 눈의 편안함. 신체적 편안함, 안경착용감 등 모든 항목에서 앞섰다.

특히 LG전자 제품은 삼성전자보다 사용자 편의성(눈의 편안함·신체적 편안함· 안경 착용감)에서 뛰어났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풀HD 화면, 즉 화질에서도 소비자들은 LG 손을 들어줬다.

블라인드 테스트 후 실시한 1차 구매의사에선 응답자 221명 중 164(74.2%)명이 LG전자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57명(25.8%)에 그쳤다.

구매 의사를 좌우하는 요소로는 '눈의 편안함'이 7점 만점에 6.6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선명도, 시야각, 입체감 순이었다. 안경 착용감과 시야각은 주용한 선택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

◇ 공개 테스트, 삼성 디자인 압도적

블라인드 제거 후 구입 가격과 디자인을 공개한 상태에서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브랜드 만족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디자인 만족도에선 삼성전자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의 경우 삼성전자(본체 510만원, 안경 10만원)보다 저렴한 LG전자(본체 390만원, 안경 1만원)가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만족도에 대한 결과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브랜드 만족도는 매우 불만족 4%, 불만족 8.4%, 보통 25.3%, 만족 52%, 매우만족 10.2% 순이었다.
LG전자는 매우 불만족 0.4%, 불만족 3.5%, 보통 30.4%, 만족 51.7%, 매우만족 13.9% 등이었다.

디자인 만족도에서는 삼성전자가 매우 불만족 0.9%, 불만족 2.7%, 보통 20.4%, 만족 48%, 매우 만족 28% 등으로 조사됐다. LG전자는 매우 불만족 0.9%, 불만족 15.4%, 보통 50.2%, 만족 30.0%, 매우 만족 3.5% 순이었다.

가격 만족도의 경우 삼성전자는 매우 불만족 33.2%, 불만족 46.6%로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다. 반면 LG전자는 매우 불만족 2.2%, 불만족 10.8%로 상대적으로 가격에 대한 불만이 적었다.

화질, 사용자 편의성, 디자인, 가격 만족도를 고려한 최종 구매 의사에선 LG전자를 택한 소비자가 많았다. 무응답자 5명을 제외한 총 225명 중 삼성전자를 선택한 소비자는 31명(13.8%)에 머문 반면 LG전자를 택한 사람은 194명(86.2%)이었다.

◇고객 마음 읽는 것이 가장 '중요'

중앙대학교 미디어공연영상대학 신문방송학부 유홍식 교수는 이번 3DTV 실험조사연구 및 서베이 결과를 종합하면 양사 제품의 화질과 사용자 편의성에 대한 응답자의 평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 3D TV는 화질과 사용자 편의성에서 높은 평균 점수를 얻어 응답자 221명 중 74.2%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는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시각적 편안함이란 점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 3D TV는 응답자로부터 디자인 만족도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구매 의향은 브랜드와 가격 공개 후 LG전자 3D TV를 선택하는 경우가 오히려 12% 증가했다. 가격 차이가 작용한 결과다.

응답자들은 3D TV 구매에서 사용자 편의성을 가장 중시하고 그 다음으로 화질과 가격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디자인과 브랜드는 적게 고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 결과 해석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유교수의 설명이다. 양사의 TV 제조능력과 기술 수준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인정받고 있어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실제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체 응답자 중 70.5%가 3D TV를 1년 이내에 구입할 의사가 없다고 한 것은 현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미로,3D TV가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 6~8일 사흘간 일반 사용자 23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