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4번째로 계절독감백신 사전적격심사(PQ) 승인을 받으면서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PQ 승인을 받으면 WHO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계절독감백신 국제입찰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으로 녹십자의 연간 수출액이 약 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AHO 주최 4월 말 북반구, 10월 남반구 입찰시장 참여 전망

녹십자가 올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 입찰시장은 범미보건기구(PAHO)의 주최로 4월 말에 열리는 북반구(멕시코, 콜럼비아 등)와 10월의 남반구 시장이다.

시장은 북반구 시장 규모가 6000만~70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녹십자가 여기서 수주를 따낼 경우 오는 9월까지 물량을 공급해야하므로 이르면 올해부터 계절독감백신 수출이 예상된다.

10월에 열리는 남반구 시장은 보다 시장규모가 크다. 남반구 시장은 약 1억~1억5000만달러다. 낙찰분은 내년 1분기부터 녹십자 실적에 반영된다.

시장은 녹십자가 북반구 시장에서 100억원, 남반구 시장에서 3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수주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녹십자 가격 경쟁력 높아 연 500억 수출 예상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의 제품단가는 도즈 당 5달러로 다국적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가격 경쟁력이 높아 기존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십자가 전체 입찰시장의 약 10%를 점유할 경우 계절독감백신 수출액은 연간 5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이는 내년 예상 매출액 대비 6%, 백신부문매출(내수, 수출 포함)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기관 주도의 입찰시장 뿐만 아니라 중국, 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 민간병원으로의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보라 대신증권 연구원도 "남반구 시장 참여, 중국, 동남아시아 등 기타 국가로의 수출 등을 고려할 경우 연간 약 5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감백신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말 PAHO 입찰시장의 예상 낙찰분(300억원)을 내년 실적에 반영할 경우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치보다 8.9% 오른 1306억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정성이 중요시하는 시장 특성상 녹십자가 이미 PQ인증을 받은 3곳(노바티스, GSK, 사노피 파스테르)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면에서는 녹십자가 우위에 있을 수 있으나 안전성이 중요한 시장 특성상 다년간 공급경험이 있는 글로벌 메이저 3개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대규모 수주 기대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수주 경험축적을 통한 중장기 수출물량 확대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