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 중앙동에 있는 롯데인재개발원.본관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금색 글씨가 선명한 '롯데 역사관(歷史館)'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닥과 양 옆면이 푸른 빛 영상인 5.8m 길이 통로가 나온다. 바닥엔 '바다 물결'이 넘실거리고 옆면엔 '푸른 하늘'에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3면 영상' 통로에 발을 들어놓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89)이 어린시절과 청년기를 거쳐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오늘의 롯데'를 일구기까지의 사진들이 파노라마식으로 좌에서 우로 흘러간다. 신 총괄회장이 45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현해탄 경영'을 통해 이룬 롯데의 역사를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롯데그룹의 발자취,'2018 비전'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롯데역사관'이 14일 문을 열었다. 롯데 신입사원들에게 창업주의 정신과 롯데그룹의 역사,비전을 심어주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난해 초 기념관 건립 준비에 들어간 지 1년3개월여 만이다. 롯데는 롯데인재개발원 1층 강당 자리에 40억원을 들여 총면적 825㎡(250평)의 역사관을 꾸몄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건립 경과보고를 들을 때마다 '내 얘기는 가급적 빼고 기업사 중심으로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때마다 실무자들은 '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과 살아온 길이 곧 롯데의 정신이자 역사'라며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역사관의 핵심은 정중앙에 원형으로 자리잡은 '기업이념관'이다. '기업보국''현장경영''정직,봉사,열정''고객제일주의' 등 신 총괄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이념을 '3차원 수묵화' 영상 등 첨단 디스플레이와 각종 소장품 및 애장품,실물 크기의 모형 등으로 표현했다. '정열'코너에는 신 총괄회장이 1942년 20세에 청운의 꿈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갈 때 지녔던 '83엔'이 당시 지폐로 지갑과 함께 전시돼 있다. 그가 청년시절 탐독해 '롯데'라는 사명의 기원이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940년대 문고판)도 나란히 놓여 있다.

'현장 경영'코너에는 1970~80년대 현장을 점검하거나 실무를 볼 때 착용한 작업복 상의와 구두,안경과 각종 사무집기,1980년부터 사용한 카메라 등 그의 근면함과 소탈한 일면을 볼 수 있는 소장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이날 개관 기념식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역사관 개관으로 롯데의 경영철학과 기업역사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며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계기가 되어 정통성 있는 기업문화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작 이날 주인공인 신 총괄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측근인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은 개관 기념행사가 열리는 시간에도 이 부회장과 함께 서울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았다. 일반인은 롯데인재개발원에 사전 예약하면 관람할 수 있다.

오산=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