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 경계령…옵션 만기가 '고비'
국내 증시가 오랜만에 조정다운 조정을 보였다. 옵션만기일(14일)을 앞두고 외국인이 20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프로그램 매물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미국의 성장률 하향과 금리 인상 우려 등이 부각돼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만기일까지 수급상 고비가 이어지겠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 등에서 기간조정 이후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20일 만에 '팔자'

지난 나흘간 보합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코스피지수는 12일 낙폭을 키워 32.99포인트(1.55%) 하락한 2089.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 아래로 밀려나기는 지난달 30일(2091.38) 이후 9일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 · 선물을 모두 팔며 조정을 부추겼다. 외국인은 이날 2236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난달 15일 이후 20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선물시장에서도 4280억원가량을 내다팔았다. 조정 우려를 반영해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프로그램으로는 차익(2395억원)과 비차익(2819억원)을 합해 5215억원의 매물이 쏟아졌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주식을 매수했던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도한 데 이어 현물 시장에서도 매도 우위로 돌아서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꺾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도 최소 1주일 지속"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만기일 이후에도 프로그램 매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수 전 저점인 지난달 중순부터 일종의 잠재 매물인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선물 매도 · 주식 매수) 잔액이 2조4000억원이나 늘었다"며 "하지만 베이시스(현 · 선물 가격 차)가 악화되고 있어 향후 최대 열흘가량은 하루 평균 3000억~4000억원의 프로그램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옵션과 연계된 매수차익 잔액도 상당해 옵션만기일 당일에는 최대 7000억원의 매물이 일시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로 돌아서고 있어 비차익거래 매수가 추가 유입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지난달 중순부터 비차익으로 사들인 3조2000억원을 매도할 경우 코스피지수는 전 저점 수준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 금리 우려가 단기 변수

펀더멘털(경기) 우려 요인이 재부각되고 있는 점이 당분간 투자심리를 짓누를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일본 등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유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지적됐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팀장은 "IMF가 성장률을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작년 말보다 높은 수준이고,유럽 국가들에 대한 전망치는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며 "경기 모멘텀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뉴스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전 한때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한국은행의 '베이비 스텝'(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강지연/이상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