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위탄' '세시봉' '댄싱 위드 더 스타'

MBC 예능 프로그램의 기세가 무섭다.

'위대한 탄생'은 지난 8일 시청률 20% 고지를 넘어서며 지난 한 주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중 KBS 1TV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우리들의 일밤' 코너 '나는 가수다'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경쟁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까지 야기했다.

앞서 간판 예능 '무한도전'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수년간 침체 일로를 걷던 '일밤'을 비롯해 '여우의 집사' '하땅사' 등 신설 예능 프로그램이 부진을 면치 못하며 잇따라 폐지됐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올해초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이 불러온 복고 신드롬과 '위대한 탄생' 후속으로 선보이는 '댄싱 위드 더 스타'까지 아울러 보면 최근 MBC 예능 부활을 이끄는 키워드는 음악과 서바이벌로 정리할 수 있다.

◇음악이 주는 감동 = "감동을 줄 가수들을 찾고 있다."

'나는 가수다'를 기획한 김영희 PD는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방송 전 시사 후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꿈이 있는 프로그램이 새롭게 탄생했다'고 말하던 그의 자신감은 사실로 드러났다.

'나는 가수다'는 서바이벌 포맷을 차용한 참신함과 수준 높은 공연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한 자릿대 머물던 '일밤'의 시청률을 약 1년 만에 13.7%까지 끌어올리며 '일밤'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가창력 있는 가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나는 가수다'에서 방송됐던 노래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음악은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은 시대를 초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음악 시장에 복고 바람을 불러왔다.

'위대한 탄생' 역시 서투른 실력이지만 도전자들의 진심 어린 노래로 호소력을 발휘했다.

김태원의 멘토 스쿨에서 탈락한 양정모와 손진영이 부활의 공연장에서 눈물로 부르던 '마지막 콘서트'는 승패를 떠난 감동을 이끌어 냈다.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이 짝을 이뤄 각종 댄스에 도전하는 '댄싱 위드 더 스타'는 해외 원작의 성공을 감안했을 때 음악과 어우러진 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서바이벌의 스릴과 재미 = 서바이벌은 승자와 패자의 희비를 엇갈리게 함으로써 프로그램에 극적 효과를 불어넣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위대한 탄생'이 지난주 첫 생방송에서 시청률이 급등한 배경에는 시청자의 실시간 참여로 탈락자를 가린다는 현장감이 큰 몫을 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투표 결과는 몰입도를 높였고 이는 수도권 시청률 25%를 넘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타성으로 주목받던 권리세의 탈락은 누구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서바이벌의 묘미를 새삼 일깨워줬다.

'나는 가수다'가 재도전 기회 부여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이유도 서바이벌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깼기 때문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애초 노래 잘하는 가수를 떨어뜨린다는 잔인한 매력에 시청자들이 몰렸는데 서바이벌 원칙이 깨지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기대를 져버린 것이 악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새 제작진은 정상급 가수들을 청중단 투표로 평가하고 탈락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을 감안해 서바이벌 포맷 변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댄싱 위드 더 스타' 역시 매주 한 팀씩 탈락하고 최종 생존자가 우승하는 형식으로 전형적인 서바이벌의 룰을 따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2천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아메리칸 아이돌' 다음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댄싱 위드 더 스타'의 판권을 구입한 MBC플러스미디어 관계자는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은 포맷으로 캐스팅만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 포맷에 의존.."도전정신 아쉬워" =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로 MBC는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 후속으로 '댄싱 위드 더 스타'를 편성하자 MBC가 시청률 경쟁을 위해 해외 포맷을 도입하면서까지 서바이벌 리얼리티에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강명현 교수는 12일 "지상파가 콘텐츠 개발에서 맏형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면서 본래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방송의 다양성 측면에서 서바이벌처럼 특정 포맷이 넘쳐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MBC 안우정 예능국장은 그러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트랜드고 예능계의 블루 오션이기 때문에 경쟁하는 입장에서 그쪽으로 가는 게 당연한 거다"며 "게다가 '위대한 탄생'은 멘토제로 기본적인 오디션 포맷과 차별화했고 '나는 가수다'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포맷"이라고 강조했다.

9월 초에는 MBC가 '위대한 탄생' 시즌 2로 국내 오디션 붐을 일으킨 엠넷 '슈퍼스타K 3'와 정면 대결을 할 가능성이 크다.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으로 지상파와 케이블이 맞붙는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지만 MBC는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안우정 국장은 "'슈퍼스타K' 역시 기본적인 오디션 프로의 포맷을 따랐다는 점에서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두 프로의 대결도 지상파와 케이블의 차이를 감안하면 대결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