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코트디부아르 유혈 사태가 알라산 와타라 측의 승리로 종식됐다.그바그보는 지난해 대선에서 와타라에게 패배하고도 권력 이양을 거부하면서 약 4개월간 내전을 이어왔다.국제사회는 그바그보가 체포된 것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으나,이것이 코트디부아르에 평화를 가져다줄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그바그보 지하벙커서 체포

외신들은 그바그보가 그의 부인과 아비장의 대통령 관저 지하 벙커에서 체포됐다고 1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현재 와타라 측 군부대가 그바그보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유엔평화유지군과 프랑스군,와타라 측의 맹공에 위협을 느낀 그바그보 측은 휴전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협상이 불발됐었다.이후 연합군은 10일 밤부터 그바그보의 관저에 공격을 개시했고 결국 그바그보를 체포했다.그바그보는 체포된 뒤 알라산 와타라 측 방송인 TCI에 모습을 나타내 “무기를 내려놓고 민간인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국가가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 위기가 속히 해소돼야 한다”며 뒤늦게 종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6번이나 대선 연기하며 정권 유지

그바그보는 좌파 노동운동가에서 출발,코트디부아르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40년간 지속된 일당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고 대통령직에 올랐다.그는 1988년 펠릭스 우푸에 보이니 초대 대통령이 다당제 선거를 허용하자 귀국해 야당인 코트디부아르인민전선(FPI)을 창당하면서 보이니 대통령에게 도전한 첫 야당 지도자다.1990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2000년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군부 쿠데타,군사 반란 등을 겪으며 집권 초기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고 2004년 정부군 전투기가 코트디부아르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의 군기지를 폭격한 것이 화근이 돼 서방과도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2005년 10월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지난해 10월까지 6번이나 대선을 연기하며 정권을 유지해 왔다.특히 지난해 대선에서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에 패했지만 권력 이양을 거부해왔다.

◆국제사회 “환영,보복은 자제해야”

국제사회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보복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그바그보 전 대통령은 최근 몇 달간 민주적인 원칙에 어긋나게 행동해왔고 수도 없이 법규를 위반해왔다”며 “그는 공정하고 적절한 사법적 절차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내전이 신속히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면서 “독일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재출발의 기회를 맞은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또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알라산 와타라 새 대통령이 그바그보 세력에 대한 보복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 측은 직접적인 논평을 자제했으나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 인터넷판은 “사르코지는 이를 기회로 그동안 잠식당한 아프리카 정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유엔 관계자는 “그바그보가 법정에서 그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에 평화 올까

이번 내전으로 외신들은 1500여명의 사망자를 낳았다고 분석했다.그러나 내전이 종식되더라도 당분간 코트디부아르에서 안정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카톨릭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그바그보는 남부 카톨릭 세력을,무슬림인 와타라는 북부 이슬람 세력을 대변하기 때문에 이 내전은 단순한 정치 싸움이 아니라 민족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와타라 측 군부대가 그바그보 측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수백여명에 대한 학살이 발생하는 등 지역·부족간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와타라 신임 대통령은 국가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한편 내전으로 피폐화된 경제를 재건해야 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에 앞서 와타라 신임 대통령은 최대 수출 품목인 코코아 수출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도록 유럽연합(EU)에 요청해 EU가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