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고속철 KTX-산천'.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안에 반드시 수출을 성사시키고 싶어한 세 가지 목록이다. 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꿈을 이뤘고,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2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두 번째 꿈의 실현도 눈앞에 뒀다. 수출 물꼬가 트이면 폴란드 이스라엘 미국 등 훈련기 도입을 검토 중인 국가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50 수출 1000대 목표의 서막

한국 항공산업 역사상 완제기 수출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기본훈련기 KT1은 이미 인도네시아와 터키에 수출됐다. 항공 기술력의 결집으로 일컬어지는 초음속 항공기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홍경 KAI 사장은 이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이변이 없는 한 최종 계약까지 진행된다"며 "원전 수출에 이어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략 2500만달러로 계산하면 T-50 한 기는 쏘나타 약 1000대를 수출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KAI 측은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수출은 지난해 5월 현지 공군이 실시한 1차 기종 평가에서 KAI가 쇼트리스트(수주 후보군) 3개사에 포함되면서 가시화됐다. 강력한 라이벌로 알려졌던 이탈리아의 M-346이 제외돼 당시 한국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변수로 등장했다. 파격적인 가격 조건을 내세우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러시아 훈련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수주전은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간 발리 정상회담에서 다시 반전됐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수습으로 경황이 없었음에도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유도요노 대통령과 만나 '양국이 방산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강화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수주 성공 요인은

한국 공군이 T-50을 실제로 전력화하고 있다는 점도 수주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사장은 "경쟁기종이었던 러시아의 야크 130이 비행 중 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KAI 관계자는 "T-50이 훈련기로서뿐만 아니라 경전투 기능을 갖췄다는 점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맘 수파트 인도네시아 공군 참모총장은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현지 신문 스푸타르 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T-50 16대를 내년에 구매해 한 개의 비행중대를 구성,공군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유리한 가격 조건을 내세울 수 있도록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이 협력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앞으로 해외 시장에 부품을 계속 판매하려면 일단 첫 수출을 성사시켜야 하고,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가격을 낮춰 달라는 KAI의 요구에 협력업체들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T-50 수출의 물꼬가 트임으로써 국내 항공기 제조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작년 초 정부는 2008년 19억달러 규모인 항공산업 매출을 2020년까지 2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KAI도 2030년까지 T-50을 1000대 수출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놨다.

전문가들은 신흥 경제개발국들을 중심으로 국방 장비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인도네시아 외에도 수출 가능 국가들이 수두룩하다고 보고 있다. 이태준 KOTRA 폴란드 바르샤바KBC 센터장은 "T-50의 최대 단점은 수출 실적이 없는 것이었다"며 "인도네시아 수출이 최종 성사되면 폴란드 정부와의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KOTRA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7년까지 러시아와 중국의 수요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총 7200대의 전투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KAI 관계자는 "최종 도입을 확정할 때까지 협상할 것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기술이전,현지생산 조건 등이 협상 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UAE에서 T-50을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던 이탈리아 M-346만 해도 추가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항공기 수출은 최종 성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동휘/김우섭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