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거취관련 입장 표명은 보류..교수회와 연대
13일 총회서 '학교 정책결정 과정 참여' 등 관철

KAIST 총학생회는 11일 "2006년 취임 이후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온 서남표 총장의 정책은 '실패한 개혁'"이라며 '무한 경쟁 정책' 철폐를 요구했다.

총학은 이날 오후 3시 대학본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오는 13일 오후 7시 진행될 비상학생총회에서 '학교 정책 결정 과정 참여'와 '서 총장의 경쟁 위주 제도 개혁 실패 인정'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 요구안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총학은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은 "우리가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무한 경쟁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한다'는 서 총장의 개혁제도에 묻어 있는 근본적인 철학"이라며 "비상총회에서는 학과 학생회별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한 '학생 요구안'과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 학생참여 보장, 무한경쟁 위주 제도 철폐 등에 대한 전체 학생의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 위주 제도는 징벌적 수업료 제도와 연차 초과자에 대한 제한, 재수강 정책에 대한 규제 등 학생을 경쟁시킨 뒤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규제하는 제도를 일컫는다"며 "100% 영어 수업에 대한 입장은 아직 확실히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KAIST가 우리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지기를 원하는 것뿐이고, 그 방법은 말씀 드릴 수 없다"며 "경쟁 위주 대학 개혁의 실패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 우리 학생들이 꿈꿀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서 총장에 대한 요구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총학생회장은 취재진이 서남표 총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총장 거취에 대해서는 발표를 안 하기로 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4천 학우가 꿈이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 문제는 추후에 얘기하겠다"면서도 "현재 개혁은 문제가 있고, 실패했다.

학생과 교수님 등 모든 구성원이 연구해서 더 좋은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교수회와 연대해서 좋은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총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교육개혁가'로 불리는 서 총장은 KAIST의 교육 정책을 바꿨고, 우리는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어가고 있다"며 "바로 옆의 친구가 힘들어해도 과제 때문에 삼십 분도 낼 수 없고, 숨 죄어 오는 무한경쟁에 등 떼밀려 하루하루 과제를 틀어막기에 바쁜 '톱니바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서 총장이 만든 틀에 맞춰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학문의 길을 이어나가는 '생각하는 존재'"라며 "서 총장의 교육 철학은 우리를 숨 막히는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만큼 서 총장은 상처받은 학우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