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C아이비제1호기업인수목적회사(HMC스팩)가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신정공과 합병한다. 반면 교보KTB스팩이 합병을 시도했다 무산됐던 제닉은 코스닥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틀었다. 두 비상장사의 '엇갈린 선택' 배경이 눈길을 끈다.

HMC스팩은 11일 화신 계열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화신정공과 합병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1991년 설립된 화신정공은 차체 골격인 섀시 부품을 주로 생산,현대차와 기아차에도 납품하고 있다. 합병비율은 1 대 6.47로 오는 8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HMC스팩의 매매 거래를 다음달 12일까지 정지시켰다.

썬텔과 합병계획을 발표한 대신스팩에 이어 국내 스팩으로는 두 번째 합병 사례다. 우후죽순 늘어난 스팩 수를 감안하면 아직 부진한 성과다. 지난해 11월 대폭 강화된 우회상장 요건이 합병의 장애물로 꼽혀왔다. 자본환원율이 5%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피합병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본환원율은 비상장 기업의 미래 추정이익을 현재가치로 계산하기 위한 할인율을 말한다.

지난달 말 교보KTB스팩이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던 제닉은 지난주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주목받고 있다. 제닉은 '하유미팩'으로 알려진 화장품 업체다. 증시 데뷔를 위해 스팩과의 합병을 저울질하기도 했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문제였다. 합병시 주당 공모가격이 4000원 수준으로 낮아 주주 반대로 이어졌다. 제닉은 이번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주당 1만7000~2만원의 공모 희망가를 제시했다.

IPO의 경우 업황이나 공모 시장 분위기가 자주 달라져 공모가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화신정공 측은 스팩을 통해 설비투자 등 회사의 사업계획을 미리 확정하는 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운수장비업황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다,현대차 계열인 HMC투자증권이 부품주에 상당한 이해를 갖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