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달리고 싶다. 저 오토바이 엔진의 떨림을 느끼며 바람을 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태국 코사무이(사무이 섬)의 오토바이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즐기는 자유와 낭만으로의 안내자라고 할까. 모퉁이를 돌자마자 웽 속도를 높이는 유럽인 라이더들이 부럽기만 하다. 웃통을 벗어젖힌 건장한 남자는 좀 작은 듯한 오토바이의 핸들 손잡이를 돌려 가속한다. 거의 벗다시피한 옷차림으로 남자 허리를 감싸안은 여자의 금발도 길게 날린다. 7㎞의 새하얀 차웽비치와 52㎞의 섬 일주도로 곳곳에서 만나는 오토바이 행렬 풍경이 새롭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를 걷는 기분

이상하게도 오토바이를 즐기는 한국인 여행객을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다 허니무너라서요. " 가이드 나티야 씨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 그래,허니무너라면 그래야 한다. 좀 위험하다 싶은 것은 삼가는 게 맞다. 하룻밤에 100만원도 더하는 반얀트리 풀빌라 같은 허니문 숙소와도 격에 맞지 않고….

대신 훌훌 벗고 은밀하게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섬과 해변이 가까이 있다. 낭유안 섬이다. 사무이 섬 북쪽 매남 해변의 롬프라야 선착장에서 1시간 반 뱃길.한국인 허니무너들의 필수 코스여서인지 250인승 카타마란은 한국어 안내방송도 한다. 카타마란은 먼저 코팡안에 들른다. 이 섬이 재미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주시하는 풀문파티로 유명하다. 매월 음력 보름달이 뜨는 날에 섬 남쪽 핫린 해변이 달아오른다. 그저 먹고 마시고 춤추는 광란의 밤.미쳐 돌아간다고 해야 할까.

낭유안 섬은 타오 섬 바로 옆에 있다. 카타마란에서 내린 승선객은 배를 바꿔 타고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기러 흩어진다. 스노클링은 타오 섬 반대편에서 한다. 타오 섬 스노클링이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바닷속이 유난히 맑고 예쁘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낭유안 섬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산호모래톱에서의 휴식이다. 세 개의 섬이 두 개의 폭 좁은 산호모래톱으로 이어져 있다. 산호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눈이 부실 지경이다. 모래톱 양 옆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는 또 어떻고.20분쯤 올라가 바위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정상 전망에도 입이 딱 벌어진다. 두 갈래로 난 산호모래톱,비키니 차림으로 태양을 즐기는 해수욕객,에메랄드빛 바다에 뜬 선착장 나무다리와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혼부부 필수코스

섬 여행 코스는 또 있다. 앙통해양국립공원이다. 사무이섬 서쪽으로 30여㎞쯤 떨어져 있다. 42개의 섬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원숭이 섬 등 형태도 재미있다. 와오야이 섬에서 스노클링을 한 뒤 매코 섬에 들르는 게 보통이다.

사무이 섬에는 신혼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섬 서쪽 라마이 해변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힌타 힌야이'(할아버지 할머니 바위 · 사진)다. 남녀 성기 모습을 닮은 바위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민망해서 보지 못할 정도로 똑같다. 벌떡 선 할아버지 바위 반대편에 축 늘어진 할아버지 바위가 하나 더 있으니 찾아보자.

섬 북쪽 보풋 지역의 방락 해변에 있는 '빅 부다'에도 들른다. 좌대를 포함해 15m나 되는 황금빛 좌불상이 있다. 불상 얼굴이 시골 아저씨처럼 생겼다. 섬 중앙 나무앙 폭포 일대가 시원하다. 두 개의 폭포가 있는데 낙차 80m의 훨씬 큰 폭포로 사람들이 몰린다. 폭포 아래 소에서 훌훌 벗고 비키니 차림으로 기념촬영하는 여성들이 많다. 정글 캐노피 투어,코끼리 정글 트레킹도 재미있다.


◆ 여행팁

코사무이는 타이만 남서쪽에 있는 섬이다. 푸껫,꼬창에 이어 태국에서 세 번째로 크다. 5만2000여명이 산다.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2~9월에 여행하기 좋다.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한국처럼 220볼트 전기를 쓴다. 보풋 지역에 '던(새벽)'을 비롯해 한국 음식점이 세 곳 있다. 요즘 환율은 10바트에 360원 선.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방콕을 거쳐 들어간다. 인천~방콕 5시간30분,방콕~코사무이가 1시간 걸린다. 52㎞의 섬 일주도로가 나 있다. 작은 트럭을 개조한 쏭태우가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이다. 유럽 여행객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오토바이 대여로는 하루 200~300바트.국제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된다.

반얀트리 리조트,W 호텔,페어하우스 빌라&스파,파빌리온 리조트 등 풀빌라를 갖춘 근사한 리조트가 허니무너들에게 인기다. 태국관광청 서울사무소(02)779-5417,www.visitthailand.or.kr

코사무이(태국)=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