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에 자동차경영연구소를 설립,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현대차 중국경영연구원'을 발족했다. 현대차 산하 자동차산업연구소의 임원급 연구원 2명은 이달 초 베이징에 부임했다. 현지 전문가 채용 등을 통해 조만간 연구인력을 2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해외 연구 · 개발(R&D) 센터를 여러 곳 두고 있지만 자동차 경영연구소를 설립하기는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정보와 통계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며 "수시로 바뀌는 산업정책과 급변하는 시장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이겨야 글로벌 빅4에 진입할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시장 공략 강화

현대 · 기아차는 2002년 말 현대차의 베이징 1공장에서 쏘나타를 생산한 이후 중국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3만대(현대차 70만대 · 기아차 33만대)를 팔았다. 전년(82만대)보다 34%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시장의 성장속도에 비춰보면 놀라운 성적은 아니라는 게 현대차 내부의 판단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급팽창하고 있다. 2008년 538만대(승용차 기준)에서 2009년 827만대,2010년 1111만대를 기록했다. 연간 34~50%의 성장세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전체 시장의 성장속도와 보조를 맞추는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 · 기아차의 시장점유율도 답보상태다. 현대차는 2005~2006년 중국 시장점유율을 7~8%까지 확대했지만 그 뒤로 6%대에서 멈춰 있다. 기아차 역시 2~3% 수준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현지 생산능력이 부족하고,미국 시장과 달리 중국에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는 아직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반떼급 준중형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앞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쏘나타급 중형 세단에서는 도요타, 혼다 등에 밀리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신형 쏘나타(YF)를 출시해 고급차 시장의 본격 진출을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대차는 중국 3공장(생산능력 연 40만대)이 완공되는 2012년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아차 공장 2곳(40만대)과 합치면 140만대 체제에 이른다.

◆"중국 2020년 글로벌시장 50%"

현대차가 중국 3공장 건설에 이어 자동차경영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중국에서 탄탄한 기반을 잡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중국 소비자와 시장 변화를 읽어내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중국시장 점유율(16.8%) 1위인 폭스바겐은 올해 중국에 4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며 신차 7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GM의 댄 애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2년간 중국에서 20개 이상의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중국에 '올인'하는 것은 머지 않아 중국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왕다중 베이징자동차 사장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뉴스월드 행사에서 "승용차와 버스, 트럭을 포함해 중국의 연간 차량 판매량은 2010년 1830만대였으며 2020년에는 4000만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10년 내에 전 세계 자동차의 절반이 중국에서 팔린다는 얘기다. 조철 연구위원은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이 4000달러 정도인데, 1만달러에 이를 때까지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