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대북정책 압박, 中관광객에 개방 등 노린 듯

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 취소를 카드로 대남 압박에 나섰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8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제 더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망도 없다"며 "우리는 현대 측과 맺은 금강산 관광에 관한 합의서에서 현대 측에 준 독점권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작년 내놓은 금강산 관광시설의 동결 및 몰수 조치에 이어 현대그룹이 가진 관광 독점권까지 압박하는 정해진 수순 밟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현대그룹의 목을 졸라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측이 담화에서 "현대 측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독점권을 잃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과 관광파탄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아태평화위의 이번 발표가 현대그룹의 독점권 취소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남한 정부에 관광재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민간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용해 우리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 관광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2008년 8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현대그룹에서 들어오던 관광대가가 차단된 만큼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한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에 그대로 남겨두면서도 북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하겠다는 것은 결국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강산 지역에 있는 금강산 호텔 등 현대 측의 관광시설을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작년 5월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하면서 외금강 관광을 포함한 상품을 중국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지역 단체 관광 때 우리측 자산이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을 관광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도록 중국 측에 협조 요청을 했고, 중국 측이 이에 수긍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금강산 방문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볼 때 이번 담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함으로써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것이 북측의 숨겨진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담화가 권력기구 내 세력간 갈등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금강산 지역은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지역으로 군부의 관할지역이라는 점에서 관광이 중단돼 외화벌이가 끊긴 현재 상황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다.

군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아태평화위를 비롯한 대남기구에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번 담화는 코너에 몰린 북한 내 대남조직이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군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담당하던 금강산 지역을 떼줬음에도 아무런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대남기구를 압박했을 것"이라며 "대남조직으로서도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돌파구를 열려고 현대그룹 독점권의 일부를 취소하는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