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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26년 홀 커터 외길…그 어렵다던 절삭공구 강국 日시장 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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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인 탐구 - 이은재 삼도정밀 대표
    10년간 공구유통업 '잔뼈'…1985년 창업ㆍ국산화 나서
    3년간 혹독한 품질 검증받고 2008년 오노머신에 수출 길 터
    눈앞 이익보다 고객신뢰 중시…비싼 스웨덴 '초경팁' 사용
    서울에서 통일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장곡검문소가 나온다.고양과 파주의 경계인 이곳에서 우측으로 10분쯤 달리면 삼도정밀이 있다.행정구역은 파주시 조리읍이다.종업원 13명의 중소기업이다.2층 규모의 공장에선 밀링 선반이 굉음을 내며 힘차게 돌아가고 이를 통해 텅스텐과 고속도강이 가공된다.주력 생산품은 홀 커터(Hole Cutter).상어 이빨처럼 생긴 이 홀 커터를 전동드릴에 끼워 각종 금속재료에 구멍을 뚫는다.드릴은 작은 구멍을,홀 커터는 직경 12~200㎜까지의 비교적 큰 구멍을 뚫는다.이 회사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 이를 납품할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뚫기 힘들다는 일본 시장에 이를 수출하고 있다.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잔설이 녹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9년 3월 초.이은재 삼도정밀 대표(60) 앞으로 팩스 한 장이 도착했다. 일본 오사카의 오노머신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삼도정밀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자사의 주력제품인 홀 커터를 이 회사에 수출하고 있었다. 팩스 내용은 "삼도정밀로부터 수입한 홀 커터 중 20여개가 불량이 났으니 다른 제품으로 다시 선적해 달라"는 것이었다.

    삼도정밀은 2005년부터 오노머신으로부터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오노머신 관계자가 무려 15번이나 한국을 방문해 미팅을 가졌다. 품질 테스트와 내구성 시험은 물론 어떤 소재를 어디서 사다 쓰는지 점검한 뒤 2008년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무려 3년 만이다.

    홀 커터는 금속에 구멍을 뚫는 절삭공구로 금속을 매끄럽게 가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금속찌꺼기가 뒷면에 달라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공구로 자동차 항공기 선박 기계 전자제품 전기제품 등을 가공한다. 제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공구인 셈이다.

    그런데 어렵게 테스트에 통과한 일본에 제품 수출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클레임이 제기된 것이었다. 이은재 대표는 팩스 내용을 확인한 뒤 직원에게 "지금 당장 비행기편으로 보낼 수 있는 국제특급우편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20여개의 홀 커터는 불과 이틀 뒤 오노머신에 도착했다. 정작 놀란 것은 오노머신 측이었다. 자신들은 당연히 배편으로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경우 대충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교체품이 도착한 것이다. 오노머신 측이 감동한 것은 물론이다. 그날 이 대표의 전화벨이 울렸다. 일본 바이어의 음성은 아주 부드러웠다. "아니 항공편으로 보내면 삼도정밀은 남는 게 뭐가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삼도정밀을 걱정해준 것이다.

    지난 3월 중순.이번에는 삼도정밀 이 대표가 오노머신에 전화를 걸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피해를 본 것은 없느냐"고 묻자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뒤 곁들여 물었다. "우리 회사 제품 중 그동안 불량이 난 것은 없느냐"고.그러자 "없다"는 말과 함께 "당신네 제품은 충분히 검증됐으니 앞으로 주문을 크게 늘릴 생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뚫기 어려운 시장이다. 공구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조업 왕국이다. 특히 자동차 기계 금속 및 부품 소재 분야에선 독일과 쌍벽을 이루며 세계시장을 주름잡는다. 한국기업 중 일본 수출을 추진한다는 말은 많지만 제대로 수출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일본 주재원들의 주된 업무는 일본 시장 진출이 아니라 일본에서 히트치는 제품이 무엇이고 앞선 기술의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한국의 본사에 보고하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 대표는 "아직 금액면에서 대일수출을 자랑할 단계는 아니지만 품질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수출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듣고 이란 바이어가 당장 주문을 내겠다고 연락해왔다. 스페인 바이어는 직접 파주로 찾아와 공장을 살펴보고 돌아갔다. 이들 모두 일본 수출 실적을 품질테스트 대신 활용한 것이다. 그만큼 공구 분야의 경우 대일수출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환갑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절삭공구 인생은 36년에 이른다. 지금도 주말마다 조기축구와 등산을 즐기는 그는 다부진 몸매에 뛰어난 체력을 지녔다. 인천이 고향인 그는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뒤 오로지 이 분야만 개척해왔다. 군 제대 후 잡은 첫 직장이 절삭공구 유통업체였다. 이곳에서 10년간 잔뼈가 굵었다. 이때는 일본제품을 수입,판매했다.

    전국의 공구 수요업체를 돌아다닌 그는 자신감을 갖고 1985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창업했다. 처음 1년간은 그 역시 일본 제품을 수입,판매한 뒤 파주에 공장을 마련하고 국산화에 나섰다. 초창기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업을 통해 전국의 수요업체와 유통업체를 꿰뚫었고 제품 규격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생산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설계 가공 금속 재료 기계 등에 관한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각 분야의 기술자들을 모았다.

    그는 "직원이 톱날기계를 사다 달라는 것을 수동절단기로 오해해 작두처럼 생긴 절단기를 사다준 해프닝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영업처럼 외향적이고 도전적인 분야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정밀가공 등 치밀한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던 것이다. 기계와 공구 금속재료를 밑바닥부터 공부하고 베테랑 기술자들로부터 배우면서 점차 생산과 기술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생산제품의 품질이 제 궤도에 오르자 전국 주요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가 품질을 인정받은 것은 "좋은 재료를 써서 정직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홀 커터에는 금속을 가공하는 연필심 크기의 초경팁이 들어간다. 초경팁은 가격이 개당 60원에서 120원에 이를 정도로 편차가 크다. 이 대표는 "비싼 초경팁인 스웨덴의 샌드빅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싼 중국산 초경팁을 쓰면 그만큼 이익으로 연결되지만 오래 쓰지 못하고 자칫 클레임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을 위해 가장 좋은 소재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홀 커터를 만드는 기초 소재인 환봉은 히타치 제품을 쓴다.

    일감이 밀리면 온 가족이 공장에 와서 함께 일한다. 경영학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이종민 계장 · 30)은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받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부인인 김명자 씨(54)도 10년 동안 공장 일을 도왔다.

    그의 꿈은 세 가지다. 첫째 그동안 내수에 치중해온 판매를 일본 수출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중점을 둘 작정이다. 이미 중동과 유럽에선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둘째,유관제품으로 생산품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제조업에 대한 기본은 파악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셋째,일본과 합작법인 설립이다. 제조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이제는 일본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이 대표의 경우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m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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