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아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최근 표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차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2년여만에 10배가 넘는 대박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감성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기아차는 '결초보은'(結草報恩) 한 셈이고, 회사를 믿었던 투자자는 고수익으로 되달려 받은 것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2009년 3월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4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나섰다. 2008년을 기준으로 기아차의 당시 부채는 모두 9조7110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불과하던 때다.

기아차가 공모방식으로 진행했던 이 BW는 100% 청약에 성공했고, 신주 5813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도 투자자들에게 주어졌다.

BW는 만기이자를 주는 채권에,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얹어 나오는 것이다. 워런트는 또 사채와 별도로 분리해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BW는 이날까지 지난 2년 간 워런트 약 88%가 신주로 바뀌었다. 이제 남은 워런트는 약 689만주. 신주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거나 아직 신주인수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행사가격 6880원 대비 현재 기아차의 1주 당 가격이 10배 이상 뛴 7만3000원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아차 주가는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효과와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으로 기아차의 3월 미국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월대비 0.6%포인트 상승한 3.5%를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기아차는 판매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워런트를 서둘러 전환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기아차의 향후 6개월간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5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올렸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