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시장.민간기업에도 타격

미국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경제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물론 정부 각 기관이 문을 닫고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며 80여만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가를 가야만 한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폐쇄는 이런 공공부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지적했다.

MF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오설리번은 1995년 연방정부가 20일간 폐쇄됐을 때 해당 분기의 성장률이 1%포인트 가량 낮아졌으며 연방정부의 분기 지출이 전분기 대비 14.2%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립공원이 문을 닫으면 인근 호텔이나 식당의 매출에도 타격이 발생해 종업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이나 감원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해당 지역의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경우 4개의 호텔과 13개 식당을 운영하는 델라웨어 노스 컴퍼니스 파크스 앤 리조트는 연방정부 폐쇄가 실제로 발생해 내주까지 지속되면 모든 매장의 문을 닫고 종업원들도 휴가를 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납품대금 지급이 늦어져 부품이나 원자재 구매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폐쇄기간 동안 정부에 공급할 제품을 재고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연방주택청(FHA)의 대출보증 업무가 중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 FHA의 보증을 받은 신규 모기지는 전체의 약 2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의 금융시장도 피해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당장 내주에 발표가 예정된 소매 판매실적과 물가 등의 지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신규 주식발행이나 채권발행도 중단될 것으로 보이고 기업공개(IPO)도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간 인수.합병(M&A)에 대한 반독점 당국의 심사와 승인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방정부 폐쇄가 길어지면 증시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정부 폐쇄가 주가에 직접 미치는 영향보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의회의 무능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설립자인 앨런 시나이는 "민간 기업이 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이는 모든 임원이 해고당할만한 일"이라면서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위험에 처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로 인해 달러 가치도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