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자산운용이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월지급식 펀드'의 운용 방법에 대한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직원이 지난해 특허침해 권한심판을 청구한 데 이은 것으로,금융투자업계의 무분별한 상품 베끼기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4일 연금처럼 매달 꼬박꼬박 돈을 지급하는 '월지급식' 운용 방법에 대한 특허를 업계가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운용사는 2007년 1월 '칸서스 뫼비우스블루칩1호'를 출시한 후 그해 8월 '펀드 정액 분배금 지급방법(특허등록 10-0747516호)'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다. 2009년 4월에도 월지급식 상품인 '칸서스 뫼비우스200인덱스'를 추가로 내놨다.

발명자인 박철홍 칸서스자산운용 경영관리본부장은 "월지급식 펀드를 출시한 다른 운용사들의 특허 침해 사실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상황"이라며 "지식재산권은 25년간 배타적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투신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8개사가 월지급식 펀드를 출시,판매하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관련 펀드는 14개이며,설정액은 총 2811억원에 달한다.

박 본부장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칸서스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건 원치 않지만 업계가 특허권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사용료를 지불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소송 여부는 상황을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 일반에 사용을 허용하면서 받는 4%의 사용료를 요구할 방침이다. 주식형펀드 평균보수가 평균 펀드 순자산의 1.57%인 것을 고려하면 0.063% 정도가 된다. 펀드 약관상 운용 관련 특허는 펀드 비용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관련 운용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특허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이미 일부를 현금화시켜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 통용화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조영호 우리투자증권 과장은 주가 변동폭에 따라 매수 금액을 자동 조절하는 '금융펀드 운영방법(특허등록 0854246호)'을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하나대투증권 등 3개사가 모방했다며 특허침해 권한심판을 청구,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도연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심사부장은 "국내에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금융 관련 특허 분쟁이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칸서스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각각 2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며,증권사는 삼성증권 20건을 포함해 총 49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