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41 · 미국)이 건선관절염을 이겨내고 미국 PGA투어 셸휴스턴오픈(총상금 590만달러)에서 우승하며 다음주 열리는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의 2연패 가능성을 높였다.

미켈슨은 4일(한국시간) 미 텍사스주 험블의 레드스톤골프장(파72 · 745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버디 9개(보기 2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 65타를 쳐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스콧 버플랭크와 크리스 커크를 3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투어 통산 39승째.

공동선두로 출발한 미켈슨은 9번홀부터 13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무서운 기세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맞대결을 펼친 버플랭크도 13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노획하며 따라붙었으나 파3홀인 14,16번홀에서 잇따라 파퍼트를 놓치며 무릎을 꿇었다.

미켈슨은 건선관절염에 대해 "치료를 잘 받아 지금은 괜찮다. 통증도 많이 줄어들어 연습과 경기에 전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선관절염은 피부질환과 관절염에 수반되는 증상으로 손가락 · 발가락 관절이 붓기 때문에 골프선수에게는 치명적이다.

AFP통신은 "미켈슨이 만일 이 병에서 완쾌되지 않았다면 대회 출전은커녕 병원 신세를 져야 했을 것"이라며 "그는 채식 위주의 다이어트로 이 병을 이겨냈다"고 보도했다.

미켈슨은 2009년에는 아내와 어머니가 나란히 유방암에 걸리는 등 악재가 많았으나 그때마다 가족을 우선하며 투어에 불참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는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11개월 만에 코스에 나와 응원하자 미켈슨이 우승한 뒤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포옹을 나눠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당시 불륜 스캔들로 추한 모습을 드러낸 타이거 우즈와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그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휴스턴은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미켈슨의 아내와 어머니의 유방암을 진단한 의사 톰 버콜츠는 이번 주말 내내 갤러리로 대회장을 찾아 미켈슨을 응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미켈슨의 캐디를 맡기도 했던 버콜츠는 "휴스턴은 미켈슨 부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됐다"며 기뻐했다.

미켈슨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에 올라 14년 만에 우즈(7위)를 제쳤다. 둘의 순위가 역전된 것은 우즈가 1997년 4월 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한 뒤 처음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