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6 · 2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 안팎에선 '공공의 적 1호'로 꼽혔다. 철옹성이나 다름없던 텃밭의 지사직을 사실상 야권 후보에게 내줬다는 충격에다 김 지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우려해서다. '리틀 노무현'으로 통했던 김 지사는 야권의 유력 잠재 대권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로 '김 지사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남해 이장으로 출발해 군수,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쳐 도지사까지 오른 인생역정과 야권 출신 영남 단체장이라는 정치적 위상 때문이다.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주말 경남도청에서 김 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는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그런 질문할 때가 제일 곤혹스럽다"면서도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하는데 어려운 지역에서 여러번 도전한 것을 두고 과분하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백지화됐다.

"중앙정부가 그동안 신공항에 대한 지방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놨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 같았으면 객관적 용역이나 실사를 통해 진작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비용대비 편익(B/C)이 낮다는 경제성을 얘기하는데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은 웬만해서는 B/C가 1이 안 나온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하다. 현재는 영남지역 4개 단체장과 함께 국제기관에 용역을 줘서 경제성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기로 했는데 지사 입장에서도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다. "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김해을(乙) 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김해는 밀양과 가덕도 중간 위치라 의견이 분분하다. 김해공항 소음 피해가구가 7만인데 확장하면 10만으로 늘어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야권 성향 주민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국정운영을 잘못한다고 비판하는 정도이지 결정적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수준은 아니다. "

▼국민참여당의 거부로 김해을 후보단일화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 경남에서는 야권이 연대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해을은 내년 총선 야권 단일화의 '리트머스 시험지'나 마찬가지다. 작년 지사 단일화 과정도 경험해봤지만 참 힘들다. 민주당은 '김해을도 결단해달라'는 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주장은 과하다고 여길 것이고 참여당 입장에서는 단 한석이 절박할 것이다. "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이전지가 곧 결정되는데.

"신공항과 똑같이 아주 곤혹스러운 이슈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공은 진주,토공은 전주로 이전키로 했는데 대책없이 합쳐놓고 보니 이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니냐.이게 잘못 결정나면 또 난리가 날 것이다. 정부가 결단을 못하고 여기까지 끌고 왔다. 탈락한 지역에는 반대급부를 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乙)에 출마했다.

"정말 어렵고 굉장한 결단을 하신 것이다. 매우 가치 있는 결정이다. 부산서 민주당 의원을 당선시키는 것보다 분당 당선이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 실제 그런 측면이 있다. 승리하면 대표에게 최상의 결과 아니겠느냐."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 전망은.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집권해 온 데 대한 염증이 크다. 지난 지방선거 전후 견제와 균형을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들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런 분위기 덕에 지사에 당선된 것이다. 무소속이지만 어떤 야당 지사보다 더 야성을 갖고 있다고 여긴다. 야당이 젊고 참신한 인물을 낸다면 부산경남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것이다. 아무래도 '김두관이 시켜놨더니 잘하더라'는 얘기가 나오면 내년 총선 때 야권 후보들에게 좀 도움되지 않겠나. "

▼이광재 전 지사,안희정 지사와의 관계는.

"참여정부를 주식회사에 비유하면 노 전 대통령이 최대주주이고 이광재 안희정은 2대 주주들이다. 나는 최대주주한테 2% 정도 얻은 소액주주쯤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사랑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다. 노 전 대통령은 참모들을 모두 동업자라고 여겼다. 노 전 대통령은 집단지성을 통해 당이나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시도했다. 대통령을 하면서도 권력이 동지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특이한 대통령이었다.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해야 한다. "

▼친노 분화설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에 가 있는 사람도 있고 참여당에도 있고 정치권 바깥에도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들로 세분화돼 있다. 또 한편에서는 민주당과 참여당이 무엇이 다른데 떨어져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결국 절박해지면 합치는 정반합으로 갈 것이다. "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재산이 1억2000만원으로 꼴찌다.

"그래도 올핸 안 까먹고 늘었다. 1998년 남해군수 재선에 도전할 땐 재산이 2000만원이었다. 당시 경쟁후보가 "김 군수는 자기 살림도 못 하면서 2000억원짜리 군 살림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요"라고 공박해 곤란했었다. 남해신문하면서 물려받은 전답을 다 팔아먹었다. 군수 7년 마쳤더니 빚만 1억5000만원 늘었더라.선출직이 정직하게 살면 돈을 모을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신세를 졌다'는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

창원=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