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이 걱정되시는 분은 머리에 ◆◆모자,눈에는 ◆◆안대를 미리 준비하세요. "

최근 건강보조기구 업체 C사가 홈페이지에 띄운 돌출 광고다. 이 회사는 일본 방사능의 심각성과 부작용 때문에 준비한 제품들을 내놨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본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처럼 방사능 관련 '공포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3일 방문판매업계에 따르면 한 다단계 업체는 공기청정기의 방사능 예방 안내를 담은 브로셔를 제작해 판매원들을 통해 가정에 배포했다.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는 정수기 렌털 마케팅을 하면서 "한 달에 5000원이면 방사능 예방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원전용으로 개발된 헤파필터가 방사성 물질을 걸러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체들이 이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나 진공청소기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공포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 전반에 퍼져 있는 방사성 물질을 공기청정기나 청소기로 걸러내면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정수기 업체는 자사 정수기가 우라늄,라듐 등을 99.9% 제거한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 이들 물질은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요오드 함유 식품 업체들의 관련 광고 사례도 적지 않다. 다이어트 셰이크를 판매하는 T사는 '방사능오염대책옥소(요오드) 배합 셰이크'라는 이름으로 바꿔 홍보하고 있고,영양제 업체 M사는 비타민 영양제에 '요오드 권장량을 채워준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화훼업체들까지 공포마케팅에 동참했다. 한 화훼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방사능이 왜 무서울까?'라는 자료를 붙여 자주달개비꽃을 판매하고 있다. 이 꽃은 방사능이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수술 털 색깔이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문풍지업체 I사는 문풍지 광고에 '방사능 차단' 문구를 붙여 놓았고,C사는 방사성 물질을 방어하는 홍삼이라며 판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본 원전사고와 관련,국민 불안 심리에 편승해 요오드 성분이 함유된 식품 등을 마치 방사능 오염 치료제인 것처럼 허위 · 과대광고하는 행위가 많다"며 "요오드 성분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은 방사선 위급시 갑상샘 보호와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요오드 성분을 보충해 주는 식품이며 남용할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고경봉/정소람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