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크게 추월…기업 자본조달 기반 확대
"선진증시로 도약하려면 건전화ㆍ국제화 선행돼야"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약 1천300조원으로 불어났다.

달러 기준으로는 1조2천억달러 규모다.

약 1조달러(한화 1천100조 원)인 국내총생산(GDP)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몸집'이 빠르게 커진 만큼 질적(質的)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등 실물경제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자본시장은 신흥시장의 범주에 묶여 있다.

증시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사의 투자은행(IB) 역량 강화, 외국 진출 활성화 등으로 국제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상당수 참여하는 코스닥시장의 건전화도 선행돼야 한다.

◇시총 1천300조…자본조달 `중추'
1일 코스피가 2,1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천189조원으로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로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477조원까지 줄었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2년 6개월 만에 3배로 `몸집'이 커진 셈이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도 105조원으로 100조원 선을 가뿐히 웃돌았다.

전체 시가총액은 1천295조원으로 1천3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GDP와 비교하면 자본시장의 성장세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1,091원)을 적용하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달러화 기준 1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간신히 회복한 것을 고려하면 3개월 새 20% 늘어난 것이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이 커지는 추세는 선진국형 시장으로 변모해가는 증거이기도 하다.

LIG투자증권 분석 결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5천달러에 이를 때까지는 GDP 대비 자본시장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시가총액 증가는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할 기반이 크게 확충됐다는 의미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통상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는 은행 대출을 통한 간접 금융이 주류를 이루지만, 자본시장이 상당 수준으로 성숙하면 채권이나 주식 등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 불투명성, 증시 선진화 `발목'
증시의 규모가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선진화에 더욱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무게 중심'이 유가증권시장에 지나치게 치우친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장세를 주도하면서 유가증권시장은 2009년 이후로 빠르게 규모를 키웠지만,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현실에서 시가총액 증가의 과실이 일반 개인보다는 기업 대주주 등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는 단순히 유가증권시장 `몸집' 문제를 넘어 코스닥시장 건전화에서 찾아야 한다.

대주주의 잇따른 횡령ㆍ배임,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코스닥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3월 결산기마다 반복되는 `퇴출 대란'도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근본적으로는 상장 과정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부실기업의 진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상장하고서도 부실화되는 기업을 제때 퇴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韓금융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야
증시 건전화가 내부적 과제라면 대외적으로는 국제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증시는 다른 신흥국 증시와 비교하면 개방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는다.

하지만, 이런 일방행적인 개방성만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딱지'를 떼어내기 어렵다.

당장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견줄만한 금융회사가 없는 상황이고 국내 IB 시장에서도 외국 금융사에 `안방'을 내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차원에서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넘어 아시아권 전반으로 시스템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의 투명성 확보도 과제로 남아 있다.

중국고섬이 최근 지연 공시로 투자자의 혼란을 일으킨 데서 보듯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연구원 장욱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개방 수준이 높고 유동성 면에서도 뒤처지지 않지만, 지정학적 위험과 낮은 국제화 수준 등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이영재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