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제분업체인 동아원이 오는 5일부터 밀가루 출하가격을 평균 8.6% 올린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서다.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뛰면서 지금껏 가격 인상을 미뤄온 기업들의 판매가격 현실화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동아원은 업소용 포장제품 20㎏ 기준으로 중력 1등급 밀가루 가격을 1만5300원에서 1만6620원,강력 1등급은 1만6800원에서 1만8250원으로 각각 올린다고 1일 발표했다. 동아원이 가격을 인상하기는 전 세계 곡물 파동이 터졌던 2008년 4월(17~28%) 이후 3년 만이다. CJ제일제당 등 다른 제분업체들도 이르면 내주에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4.7%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4.8%)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2개월 연속 3%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 심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 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 대비 2.45달러(2.4%) 오른 배럴당 106.72달러로 2008년 9월(106.89달러) 이후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15.17달러(16.6%)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은 일본 대지진과 원전 방사선 누출로 오염되지 않은 곡물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인 데다 이날 미국 농무부가 곡물 재고량이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발표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밀가루 5월 인도분 가격은 부셸당 763센트로 1년 전에 비해 313센트(69.4%) 올랐다. 옥수수 5월 인도분 가격도 부셸당 693센트로 연초 대비 73센트(11.7%) 뛰었다.

정부는 농산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지난달 다소 떨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근원물가가 계속 오르는 데다 국제 곡물과 석유류 가격이 뛰고 있어 물가 불안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철수/서욱진/강유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