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현직 외무장관 망명에 이어 전직 외무장관도 카다피에게 등을 돌렸다.

AP통신은 알리 압델살람 트레키 리비아 전 외무장관이 여러 개의 야권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카다피가 제안한 유엔 주재 대사직을 거절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레키는 제64차 유엔 총회 의장을 역임한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다.지난 5일 시민군에 합류한 모하메드 샬감 전 유엔 주재 대사의 후임으로 임명됐으나 미국 측이 그의 입국 비자발급을 거부함에 따라 유엔 대사로 부임하지 못한 채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러 왔다.그는 성명을 통해 “나는 조국이 추락하도록 놔둘 수 없다”며 “자유와 민주주의,행복한 삶 속에서 사는 것은 리비아인의 권리”라고 말했다.

트레키의 입장 표명은 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이 영국으로 망명한 다음 날 나왔다.쿠사 외무장관은 튀니지를 통해 영국에 도착한 직후 외무장관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날 리비아 정부는 쿠사 외무장관의 영국 망명을 인정했다.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쿠사 장관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임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별 영향은 없다”며 “고령으로 심신이 피로했던 그의 조기 회복을 기원하고 귀국 의사가 있다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측근들의 ‘배신’은 카다피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징후로 풀이된다.AP통신은 “고위직 인사의 잇따른 체제 이탈이 카다피 정권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사 장관이 영국에 망명한 것에 대해 “카다피 정권이 내부에서 분열,붕괴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망명은 수용됐지만 과거 행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헤이그 장관은 “영국이나 국제 사법당국으로부터 면책을 주는 것은 없다”며 쿠사가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기 폭파 사건 등과 관련해 형사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쿠사 장관은 외무장관에 취임하기 전까지 정보기관에 종사해왔으며 270명의 목숨을 잃은 팬암기 폭파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시민군에 대한 무기지원을 놓고 서방세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카다피 축출을 위해 시민군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AP통신에 따르면 나토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는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에 있는 것이며 그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다국적군의 주축세력인 영국과 미국은 현재의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로 외국 정부들이 무기 수출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반군 세력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