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기분 좋게 3월을 마감했다. 3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2포인트(0.73%) 오른 2106.70에 마감됐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선 것은 1월28일(2107.87)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91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12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3월 증시는 메가톤급 악재로 낙관적이지 않았다. 중동 ·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국 불안과 일본의 대지진,중국의 긴축 움직임,유럽 재정위기 재연 조짐 등이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한때 1923.92(3월15일)까지 추락했으나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2009년 3월 시작된 대세상승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줬다.

4월 증시는 3월 하순부터 시작된 강세장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대부분 증권사는 내다보고 있다.

최근 단기 급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코스피지수가 1950선 근처까지 일시적인 조정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결국 2150~2200선까지 오르면서 1월19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115.69) 경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각종 변수가 남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중국의 긴축정책 △외국인 순매수세 지속 여부 등을 4월 증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았다.

김동윤/김유미 기자 oasis93@hankyung.com


'실적 눈높이' 낮아져…관심은 2분기로

(1) 1분기 실적 시선 집중
 
4월 초 시작되는 1분기 어닝시즌(기업실적 발표 시기)이 증시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2월결산 법인 중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250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3월 초 21조6327억원(3월6일)까지 늘었다가 지난 30일에는 다소 꺾인 21조3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 상승과 일본 대지진 등 악재를 거치면서 정보기술(IT) 업종 위주로 실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다만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낮아져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다소 밑돌 가능성이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 되긴 어렵다"면서도 "시장의 관심이 이미 2분기로 옮겨가 있어 추세 상승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추정치가 최근 꺾이긴 했지만 연초보다는 여전히 3.65% 높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IT업종의 가파른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을 에너지 보험 자동차 등의 이익 성장세가 커버하고 있다"며 "일본 대지진 이후 반사이익 기대가 커지면서 1분기 순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오히려 1.0%포인트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럽 악재' 무뎌져…美 고용지표 주목

(2) 유럽 리스크ㆍ미국 경기는

지난해 5월 코스피지수는 5.76% 조정을 받았다. 그리스를 필두로 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부실이 쟁점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한 결과였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다시 상승 랠리를 재개했다. 그렇다고 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오히려 4월부터 수면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4,5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유럽의 재정 위기가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을 정도의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월 초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을 증액키로 결의했다"며 "올해도 지난해처럼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 부실을 봉합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러나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까지 확산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실물경기 흐름도 중요 변수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는 고용이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용지표가 시장의 평균적인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글로벌 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中 물가, 고점 찍고 안정…'훈풍' 기대

(3) 中 긴축 정책 어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정책을 본격화한 것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됐다. 따라서 중국의 긴축정책 지속 여부와 실물경기 흐름 역시 국내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변수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의 긴축정책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에 5.1%로 고점을 찍은 후 최근 3개월간 4%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험상 중국의 긴축정책은 6개월 후부터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이르면 4월부터 중국의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 센터장은 "중국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과열 문제도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긴축정책이 완화되는 가운데 12차 5개년계획이 본격 시행되면 중국의 경기모멘텀이 살아나면서 향후 증시 상승을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다.


글로벌 유동성 '신흥국 유턴' 가능성

(4) 외국인 순매수 이어질까

코스피지수가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동력은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하루에만 6918억원의 순매수를 비롯해 이 기간에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3월 지수 하단을 방어했던 자산운용사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한 지난 21일부터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결국 4월 증시를 좌우할 '키'도 외국인이 쥐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긴축 정책은 앞으로 그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유럽은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갔던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전망했다.

다만 최근 이틀간 폭발적으로 유입된 외국인 매수 자금의 대부분이 선물과 현물 간 가격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차익 매수 자금이라는 점은 불안 요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