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포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인터넷 포털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

31일 기자와 만난 서정수 KTH 사장(사진)은 KTH가 더 이상 포털 업체가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포털 파란(www.paran.com)을 운영하는 KTH가 포털 회사가 아니라면 무슨 뜻일까. 그는 KTH가 이미 스마트 모바일 회사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KTH는 최근 1년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개발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력해 왔다. 요즘 모바일과 SNS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다른 포털에 비해 유난히 이 분야에만 온 힘을 쏟았다. 왜 그랬을까.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게 서 사장의 설명이다.

KT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부사장을 역임한 서 사장은 2009년 초 KTH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 회사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네이버,다음,네이트에 크게 밀려 존재감이 거의 없던 파란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2006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게임 사업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서 사장은 당시 전망이 불투명했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스마트폰과 이를 통한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PC와 웹 이용을 앞지를 것이라 생각하고 일찌감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직 어떤 국내 인터넷기업도 모바일사업에 눈길을 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도 확신하지는 못했다. "직원들이 동의는 했지만 아무도 확신할 수는 없었죠.하지만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밀어붙였습니다. "

그는 모바일에 집중하기 위해 게임과 포털 부문의 모든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팀장-본부장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던 조직도 프로젝트 단위로 개편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사원도 팀장이 될 수 있고 부장도 팀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프로젝트 성과 위주로 하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지금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애용하는 앱 중 상당수는 KTH 작품이다.

지난해 초 출시한 스마트폰용 사진촬영 앱 '푸딩카메라'와 '푸딩얼굴인식'은 각각 35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경쟁하는 모바일 메신저 '유세이주소록'은 13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위치기반SNS '아임IN'은 100만명이 애용하는 앱이다. 최근 1년간 KTH가 선보인 12개 앱 중 7개를 5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KTH가 어떤 서비스를 내놓은 뒤 이렇듯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서 사장은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내부적으로 앱 출시해서 50만명 못 넘기면 좀 창피하다는 말까지 나오죠."

다만 모바일 분야의 수익창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KTH는 스마트폰용 앱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 돈을 벌지는 못한다. 벌기는커녕 초기 투자비가 많아 지난해 7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06년 40억원의 적자를 낸 후 4년 만이다.

그래도 서 사장은 KTH가 포털에 안주하지 않고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회사로 일찌감치 탈바꿈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앱 개발이 성공하면서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수확이다. "우리가 출시하는 앱들이 결국은 하나로 연결돼 모바일과 소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