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접하게 된 용어 중 하나가 '증기폭발'이다. 냉각수 공급이 끊긴 원자로 안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압력용기 바닥에 남아 있는 물과 순간 반응해 발생한 초고온의 수증기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같아서는 이 증기폭발처럼 무서운 얘기도 없지만 알고 대처하기 위해 공부할 것까지는 없는 것 같다. 나와는 상관없는 영역의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굿모닝 사이언스》의 저자 피터 벤틀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증기폭발은 원자력 발전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티백의 폭발'로 그 원리를 설명한다. 아침 식사를 위해 머그잔에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펄펄 끓인 후 티백을 넣으면 물이 폭발하듯 뻥 터져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실험실의 과학보다 일상과 밀접한 생활과학 이야기가 가득하다. 과학 얘기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려운 과학용어는 나오지 않는다. 골치 아픈 수식이나 그래프도 없다. 그렇지만 지극히 과학적이다. 한 직장인이 아침에 출근했다 오후에 퇴근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사건사고들에 얽힌 과학원리를 이야기체로 들려준다.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껌을 떼내는 방법 등 생활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새똥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등 처음 듣는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