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사진)이 아마추어 골퍼들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영국 왕립골프협회(R&A) 회원이 됐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1월1일 회원 입회 통보를 받았다. 이로써 국내 R&A 회원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함께 두 명으로 늘었다. 국내 최초의 회원은 허광수 회장의 선친인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으로 1982년부터 작고한 1999년까지 자격을 유지했다.

R&A는 '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Andrews'의 약자로 1754년 출범해 25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룰을 관장하는 공식기구로 골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 할 수 있다.

회원이 되려면 골프 발전에 크게 기여해야 하고 사회적인 명예와 지위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골프를 레크리에이션으로 편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쳐야 한다. 이런 자격 요건을 갖춘 다음 복수의 기존 회원으로부터 1차와 2차에 걸쳐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엄격한 심사 절차가 기다린다.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회원들과 몇 년간 교분을 쌓아야 한다. 특히 기존 회원들과 라운드하면서 골프의 매너와 룰에 대한 지식 등을 평가받는 '실전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전 세계 회원 수는 2400명.연로한 회원이 많아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1000명 안팎이다. 회원들은 주로 영연방 국가 출신이다. 일본 회원은 5명이다. 종신 회원제이며 여자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 가입비는 없고 연회비는 300파운드에 불과하다. 올드코스에서 무료로 라운드할 수 있지만 별다른 특권은 없다. 남을 배려하고 정직해야 하는 골프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브리티시오픈 등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해야 한다.

이재용 사장은 골프 애호가로 유명하다. 삼성전자가 박세리 선수를 후원할 때 함께 라운드할 정도의 실력도 갖추고 있다. 평균 드라이버샷이 250야드에 달하는 호쾌한 장타자로 알려져 있으며 핸디캡은 5~6 정도다.

이 사장은 라운드할 때 룰을 철저히 지키고 스코어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