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 '사고기업'들의 윤곽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이 중에는 한국거래소나 증권사가 추천하는 유망 종목에 포함됐던 기업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감사의견거절 발표 1~2개월 전에 주요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곳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식이라면 기업도 기업이지만 거래소와 증권사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포휴먼은 지난 28일 감사'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2008년 6월부터 거래소가 지정한 '코스닥 스타지수'에 편입돼 있던 종목이다. 스타지수는 재무안정성,경영투명성,시장대표성 등을 근거로 우량종목 30개로 구성된다. 그런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거래소는 29일 포휴먼을 스타지수에서 제외했다. 그렇다고 해서 포휴먼을 스타지수에 포함시켰던 거래소의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고섬은 자회사의 회계문제로 거래가 정지됐다. 하나대투증권과 한화증권은 거래 정지 2주일 전까지 이 회사에 대해 매수 추천 보고서를 냈다. 면화가격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의 대표는 이 회사 주식 3만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18일 에코솔루션의 유상증자를 주관했다. 일반공모 형식으로 98억원을 모았다. 이 회사는 증자 한 달 후에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주당 500원에 신주를 받았던 투자자들은 142원으로 하락한 채 거래가 정지된 주식을 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에 뒤이은 대표이사 자살로 충격을 던진 씨모텍 역시 지난 1월28일 주주 및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286억원을 조달했다. 대표주관은 동부증권,공동주관은 우리투자증권이 맡았다. 지난해 12월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주관으로 유상증자를 마친 대한해운은 한 달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와 해당 증권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액면가로 신주를 발행하는 한계기업의 유상증자를 주관하며 위험성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