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 Best Practice] "연체료 없애고 조기반납땐 혜택"…넷플릭스, DVD대여 최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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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온라인 스트리밍社 '넷플릭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지난해 11월 '올해의 기업인 50인'을 선정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3위로 꼽혔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 CEO 워런 버핏은 8위였다. 소셜네트워크 혁명을 몰고 온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4위에 올랐다. 쟁쟁한 CEO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의 창업자 겸 CEO인 리드 해스팅스였다.
포천은 해스팅스를 1위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보잘것없던 기업을 거인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그만 DVD 온라인 대여업체에 불과했다. 그는 당시 비디오 대여업계의 거인이던 블록버스터를 찾아가 제휴를 맺자고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두 기업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넷플릭스는 고공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블록버스터는 작년 9월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회생을 위한 법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10여년 만에 블록버스터를 제압하고 거인으로 떠오른 넷플릭스의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의 변화를 이끌어라"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억9600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것.순이익은 4710만달러로 52%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주가는 2년 전에 비해 10배 상승했다. 넷플릭스는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이며 동시에 주가가 200달러를 넘은 '10억 · 200달러 클럽'에 들어갔다. 미국 증시에서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업은 16곳뿐이다. 또 성장속도가 느린 산업에서도 최근 3년간 두드러진 실적을 낸 7개 기업에도 선정됐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980~1990년대에는 비디오테이프 대여사업이 호황을 누렸고 2000년대 초반에는 DVD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대여업체였던 블록버스터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의 비약적 발전은 업계의 주역을 바꿔놓았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는 환경을 활용해 2007년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했다. 스트리밍은 인터넷상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DVD를 빌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 영화를 다운받아 컴퓨터 하드를 채워야 하는 비효율도 제거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스팅스 CEO는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실패한다"며 "그러나 변화를 주도했을 때의 파급력은 엄청나다"고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김병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넷플릭스는 인터넷 보급의 확대 등 기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고객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자연스럽게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때 3000여개 지점을 두면서 세계 최대 비디오 대여업체로 군림했던 블록버스터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했다.
◆"고객에게 과감하게 베풀어라"
넷플릭스가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변화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감한 인센티브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넷플릭스의 온라인 DVD 대여 사업은 애초부터 '정기 회원이 되면 이용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헬스클럽처럼 DVD를 빌려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라는 불만에서 시작됐다.
실제 해스팅스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영화 '아폴로 13호' DVD를 빌렸다가 반납 기일을 못 지켜 40달러의 벌금을 낸 뒤 사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2004년 미국인들이 DVD 대여업소에 늦게 반납한 대가로 낸 벌금은 13억달러가 넘었다. 대여업체 매출에서 벌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할 정도였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연체 수수료를 없앴다. 대신 당근을 제시했다. 대여기간 제한을 폐지한 대신 DVD를 조기 반납하면 다음에 주문한 DVD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신규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도 기존 가입자들이 부담 없이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7년 내놓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즉시 보기(watch instantly)'는 기존 가입자들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은 부담 없이 스스로 소비 행태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넷플릭스 서비스 이탈률은 2009년 4.3%에서 작년 3.9%로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 총 가입자 수는 2000만여명으로,케이블 TV업체인 컴캐스트와 디렉TV에 이어 미국 콘텐츠 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진화하고 또 진화하라"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 DVD 우편 배달 사업을 시작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블록버스터가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안주한 반면 넷플릭스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왔다.
고객들의 콘텐츠 소비 매체가 DVD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관련 분야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향상을 위해 삼성전자,애플 등 제조업체와도 제휴를 맺었다. 또 워너브라더스,파라마운트 등 영화 스튜디오도 이 사업에 끌어들였다.
최근 넷플릭스는 또다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달 초부터 워너브라더스와 손잡고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가입자 수가 6억5000만여명에 이르기 때문에 넷플릭스 매출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응해 PC뿐 아니라 TV 게임기 모바일기기 에서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포천은 해스팅스를 1위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보잘것없던 기업을 거인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그만 DVD 온라인 대여업체에 불과했다. 그는 당시 비디오 대여업계의 거인이던 블록버스터를 찾아가 제휴를 맺자고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두 기업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넷플릭스는 고공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블록버스터는 작년 9월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회생을 위한 법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10여년 만에 블록버스터를 제압하고 거인으로 떠오른 넷플릭스의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의 변화를 이끌어라"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억9600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것.순이익은 4710만달러로 52%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주가는 2년 전에 비해 10배 상승했다. 넷플릭스는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이며 동시에 주가가 200달러를 넘은 '10억 · 200달러 클럽'에 들어갔다. 미국 증시에서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업은 16곳뿐이다. 또 성장속도가 느린 산업에서도 최근 3년간 두드러진 실적을 낸 7개 기업에도 선정됐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980~1990년대에는 비디오테이프 대여사업이 호황을 누렸고 2000년대 초반에는 DVD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대여업체였던 블록버스터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의 비약적 발전은 업계의 주역을 바꿔놓았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는 환경을 활용해 2007년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했다. 스트리밍은 인터넷상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DVD를 빌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 영화를 다운받아 컴퓨터 하드를 채워야 하는 비효율도 제거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스팅스 CEO는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실패한다"며 "그러나 변화를 주도했을 때의 파급력은 엄청나다"고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김병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넷플릭스는 인터넷 보급의 확대 등 기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고객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자연스럽게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때 3000여개 지점을 두면서 세계 최대 비디오 대여업체로 군림했던 블록버스터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했다.
◆"고객에게 과감하게 베풀어라"
넷플릭스가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변화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감한 인센티브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넷플릭스의 온라인 DVD 대여 사업은 애초부터 '정기 회원이 되면 이용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헬스클럽처럼 DVD를 빌려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라는 불만에서 시작됐다.
실제 해스팅스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영화 '아폴로 13호' DVD를 빌렸다가 반납 기일을 못 지켜 40달러의 벌금을 낸 뒤 사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2004년 미국인들이 DVD 대여업소에 늦게 반납한 대가로 낸 벌금은 13억달러가 넘었다. 대여업체 매출에서 벌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할 정도였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연체 수수료를 없앴다. 대신 당근을 제시했다. 대여기간 제한을 폐지한 대신 DVD를 조기 반납하면 다음에 주문한 DVD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신규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도 기존 가입자들이 부담 없이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7년 내놓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즉시 보기(watch instantly)'는 기존 가입자들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은 부담 없이 스스로 소비 행태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넷플릭스 서비스 이탈률은 2009년 4.3%에서 작년 3.9%로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 총 가입자 수는 2000만여명으로,케이블 TV업체인 컴캐스트와 디렉TV에 이어 미국 콘텐츠 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진화하고 또 진화하라"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 DVD 우편 배달 사업을 시작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블록버스터가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안주한 반면 넷플릭스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왔다.
고객들의 콘텐츠 소비 매체가 DVD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관련 분야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향상을 위해 삼성전자,애플 등 제조업체와도 제휴를 맺었다. 또 워너브라더스,파라마운트 등 영화 스튜디오도 이 사업에 끌어들였다.
최근 넷플릭스는 또다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달 초부터 워너브라더스와 손잡고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가입자 수가 6억5000만여명에 이르기 때문에 넷플릭스 매출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응해 PC뿐 아니라 TV 게임기 모바일기기 에서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