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C는 3개 사업부문 중 자동차 부품 · 소재가 올해 매출 기준으로 건축자재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86년 내장재로 시작한 자동차 부품 · 소재 사업의 성장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작년 이 부문 매출은 2009년에 비해 140%가량 늘었다.

주요 제품으로는 외부 충격에 강한 유리섬유강화 복합소재 GMT,초경량 고강도 복합소재 LWRT,자동차 충격 흡수에 쓰이는 부품 EPP 등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유가와 철강가격 상승 등으로 향후 자동차 부품 · 소재의 트렌드는 경량화가 될 것"이라며 "특히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면서 2015년까지 매년 50~10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소재 올해 매출 비중 40%

한화L&C의 자동차 소재를 대표하는 것은 GMT다. 이 회사는 1993년 충북 청원군에 부강2공장을 세우면서 GMT를 양산해왔다. GMT는 폴리프로필렌(PP) 수지에 글라스파이버매트(GFM) 강화재를 섞은 것이다. 자동차 차체로 많이 쓰이는 냉연강판과 비교할 때 강도는 비슷하면서도 무게는 40% 이상 가벼운 게 특징이다. 범퍼빔,언더커버,시트 등 자동차 내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이유다. 현대 ·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차량 뒷범퍼의 80%는 한화L&C의 GMT로 만든 것이다.

자동차 범퍼 등에 쓰이는 EPP도 한화L&C의 대표적 소재다. 1994년 일본 가네다에서 제조기술을 도입해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폴리프로필렌 수지로 만들어 잘 깨지지 않고 유연성이 뛰어나다. 회사 관계자는 "EPP는 안정성이 좋아 자동차 범퍼뿐 아니라 전자제품 등 첨단기기 포장재로도 많이 쓰인다"며 "올해 자동차 소재 매출 비중은 회사 전체 매출의 40%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수출도 쑥쑥…2015년 GMT 점유율 91%

한화L&C가 자동차 소재 사업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서다. 작년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자동차 소재 사업부문에서 올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미국 등 해외에 생산법인을 세우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재 한화L&C의 해외 자동차 소재 공장은 5곳.2003년 중국 베이징,2005년 상하이에 각각 GMT와 EPP 생산공장을 세웠으며 2005년에는 미국 앨라배마주,2007년엔 체코 오스트라바에 생산법인을 확보했다. 북미,유럽,중국 등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에는 생산법인을 다 두고 있는 셈이다.

이 덕분에 세계 시장 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GMT 점유율은 2008년 60%,2009년 62%에 이어 작년 73%를 기록했다. 올해는 80%를 넘어서고 2015년이면 91%에 달할 것이라는 게 한화L&C의 자체 전망이다. EPP 점유율도 작년 4%에서 올해 9%에 이어 2015년 22%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 · 기아차뿐만 아니라 일본 혼다,미국 포드와 크라이슬러,독일 폭스바겐과 BMW 등 글로벌 메이커들에 대한 공급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LWRT 등 신소재도 올해 국내외 공략 강화

GMT와 EPP에 이어 한화L&C는 올해 초경량 고강도 복합소재인 LWRT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화L&C는 2007년 LWRT를 만드는 미국 아즈델을 인수했다. LWRT는 최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헤드라이너,좌석 앞 선반,햇빛 가리개 등 내장재로 쓰이는 소재다. 한화L&C는 올해 이 소재를 '슈퍼라이트'라는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양산,아시아 지역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넓혀 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차세대 소재 개발에도 나섰다. 아즈델의 연구 · 개발(R&D) 노하우를 활용해 신제품 '익시스(IXIS)'를 개발 중이다. '익시스(IXIS)'는 LWRT에 강도가 높은 복합유리섬유를 섞어 만드는 신소재로 자동차 내장재뿐만 아니라 외장재로도 쓸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익시스에 이어 점점 수요가 늘고 있는 그린카에 적용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