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 범위 확대 의미

아르헨티나 정부가 군사독재정권(1976~1983년)의 인권탄압 행위에 연루된 민간인에 대해서도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군정이 저지른 인권탄압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민간인 공범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더러운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군정 시절 3만여 명이 납치·고문·살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24일은 아르헨티나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지 35년이 되는 날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군사독재에 참여한 민간인 처벌을 사법부에 공식 요청했으며, 엑토르 티메르만 외교장관은 "군인들만 처벌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국가 테러'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은 민간인 공범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는 주로 전직 군 장성과 장교들에 대한 처벌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민간인 중에는 독재자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전 대통령 시절 경제장관을 역임한 호세 마르티네스 데 오스 등만 인권탄압에 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작가 비센테 물레이로가 쓴 '시민 쿠데타'는 마르티네스 데 오스를 '군사 쿠데타의 민간인 우두머리'로 표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군정의 인권탄압에 연루된 민간인에 대한 처벌을 추진하는 것은 과거사 청산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군정 종식 이후 독재자 처벌에 대한 군부의 반발을 우려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1989년 사면법을 제정했으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2005년 사면법을 전격 취소한 후 2006년부터 인권탄압 행위 연루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티메르만 장관은 아르헨티나 양대 신문인 라 나시온(La Nacion)과 클라린(Clarin)을 '군사독재의 협력자'라고 비난했다.

티메르만은 두 신문이 아르헨티나의 유일한 신문용지 제작·공급업체인 파펠 프렌사(Papel Prensa)의 사주 부인을 군정이 강제구금하고 고문한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파펠 프렌사의 사주이자 은행가로 비밀리에 좌파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다비드 그라이베르는 당시 의문의 사고로 사망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