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대 중반 면직물은 일류 부자만이 입을 수 있는 최고의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1769년 도입된 자동방직기는 생활을 완전히 바꿨다. 20세기 들어서는 왕이 입던 고급 옷감인 면으로 만든 티셔츠가 생산됐다. 오늘날 면 티셔츠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사하라 남부에서도 입는 평범한 옷이 됐다.

《천재자본주의 vs 야수자본주의》에서 진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화는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이타적 정신，인류 복지에 기여하려는 열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빈곤층을 많이 구원했으며，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서양문명의 메커니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소개한다. 경제 불황의 원인，위대한 히트 상품의 탄생，구원적 자본주의의 역사，기업의 진정한 모럴 등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사치스러운 것을 찾는 인간의 탐욕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전략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가령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에는 속물적 동기가 작동했다. 당시 책은 최고 부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신분 과시용이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 인쇄술은 자본주의 최고의 발명품이 됐다. 허영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1804년 프랑스의 화학자 니콜라 르블랑과 미셸 으젠슈브뢰이유는 값싼 소다회를 만드는 공정을 완성했다. 그 후 비누회사가 설립되고，증기기관을 활용한 현대적 공장들은 저렴한 비누를 대량 생산했다. 1880~1890년대 비누는 첨단 제품이었다. 비누회사들은 각종 매스컴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텔레비전 드라마 광고에 비누 광고가 많아 드라마를 '소프 오페라(soap opera)'라고 부를 정도였다. 비누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건강수준은 비약적으로 높아졌고，평균수명도 크게 연장됐다. 19세기 서구 시스템 중에서 탄생한 '면화，비누，광고'는 자본주의가 빈곤층의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훌륭한 도구였다.

그동안 공산주의，사회주의，전체주의 등 여러 체제들이 자본주의를 뿌리째 흔들려고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창조적인 기업가 같은 야수들이 자본주의의 엔진을 꺼뜨리지 않고 이끌어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일찍이 자본주의 정신은 야수정신이라고 간파한 바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의 집합체"라며 "타인의 필요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숭고한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