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발생 직후 일본인들의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대응은 세계적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구호품 전달이 늦어져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일부 이재민들이 편의점을 터는 등 일탈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대 피해 지역인 미야기현 센다이시 북부의 이시노마키에서 최소 두 곳의 편의점이 약탈당했다. 편의점 진열대의 제품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물론 현금을 꺼내가기 위해 누군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순 흔적도 발견됐다. 다른 편의점들도 식량과 물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문이 부서져 나갔다. 센다이시의 한 국수 전문점은 티켓 자동발급기가 파손됐다.

또 기린맥주 센다이 공장 주변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길가에 널브러진 맥주와 주스병을 앞다퉈 가져갔다. 목격자인 이가라시 마코토 씨는 "사람들이 와서 물건을 마구 가져갔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 간부는 "약탈 사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고，아마 12건도 채 안 될 것"이라며 "다만 도쿄 등 다른 지역 경찰들이 추가적인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피해 지역에 더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피소에 살고 있는 이재민들 사이에는 약탈자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집과 자동차를 부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일본 경찰은 그러나 미야기현에서 접수한 200여건의 강도 사건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실제 집주인이거나 자동차 소유주였다며 집단적 약탈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방사능 오염을 피해 잠시 일본을 떠났던 외국인들이 다시 직장에 복귀하면서 일본 동료들에게 눈총을 받는 일도 늘고 있다. WSJ는 "항공편으로 일본을 탈출했던 외국인들을 뜻하는 '플라이진(flyjin)'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플라이진은 외국인을 뜻하는 일본어 '가이진(外人)'을 살짝 비튼 말이다. 외국인의 일본 엑소더스를 비꼬는 뜻이 담겨 있다. 일본 대기업에 근무 중인 한 외국인은 "지난주 사흘간 오사카로 피신한 것에 대해 일본인 상사와 동료들이 화를 냈다"며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스럽게 처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안재석 기자 chabs@hankyung.com